올 가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백신 출하를 서두르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국민이 장기간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간 동시에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같이 맞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 아이클릭아트
바이러스. / 아이클릭아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GC녹십자, 일양약품,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사노피파스퇴르 등 5개 국내외 백신 기업이 올 가을과 겨울용 독감 백신 초도물량에 대한 국가출하승인을 완료했다.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이 시중에 유통되기 전 품질을 최종 확인하는 제도다. 식약처의 검정시험 결과와 제조사의 제조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한다. 이번 출하승인에 따라 국내 백신 출시는 9월 초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식약처 집계 결과 올해 독감 백신 총 국가출하량은 2800만명분으로 그중 1300만명분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외 나머지 백신은 민간 유통방식으로 각 지역 병·의원에 공급된다.

독감 백신 점유율이 가장 높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독감 백신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2위인 GC녹십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의 6개 제조번호에 대한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상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GC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 판매로 약 5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일양약품 204억원, 보령바이오파마 159억원, 사노피파스퇴르 13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 회사들이 서둘러 독감 백신 출하를 완료한 이유는 올 하반기 중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트윈데믹이 진행 중이다.

호주는 가을에 해당하는 3월부터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호주 독감 환자는 600명 가량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6월부터 15만건으로 급증하는 등 빠른 속도로 환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호주 코로나19 접종률이 채 40%가 안된다는 점이 트윈데믹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 부스터샷 기간과 감염으로 얻은 자연 면역 기간인 6개월이 서서히 지날 때 쯤 독감이 유행할 예정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진들은 독감 백신 접종률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률은 노년층이 80.5%로 전년 대비 3.1% 높아졌고, 임신부는 54.2%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다만 어린이 1회 대상자 접종률은 73.8%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이는 최근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주 BA.5 감염이 청소년 층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점과 유의해서 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률이 어린이 사이에서 줄어든 이유는 백신 부작용·안전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접종을 꺼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 면역은 6개월이면 끝나 가을이 되면 전 국민의 면역이 끝난다고 봐야 한다"며 "폐렴구균 백신은 가능하면 여름에 맞는 게 좋고 가을이 되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도 같이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독감 백신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성을 강조해 국민을 안심시켜 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면역 감소와 독감이 유행하는 이번 가을과 여름이 트윈데믹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당국은 확실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