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의 머니살롱] 블랙록의 크립토 진출에도 시장 반응 미지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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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지은
입력 2022.08.17 10:03 | 수정 2022.08.17 11:29
2021년 3월. 비자카드가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뛰었다. 시장은 마침내 ‘비자카드 같은 대기업이 크립토에 진출한다’며 환호했다. 한동안 가상자산은 그야말로 불장의 축제를 벌였다. 비자카드의 시가총액은 4500억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600조원에 육박한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2위의 대기업이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도 가상자산 시장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운용 자산 10조 달러, 원화 환산 1경3000조원을 관리하는 블랙록이 그 주인공이다. 블랙록은 이달 초 코인베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열어주겠다고 발표했다. 코인베이스의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용, 미국 내 기관 고객이 비트코인의 실적을 직접 추적할 수 있는 프라이빗 트러스트도 출시할거란 소식이 이어진다. 이 소식에 코인베이스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2022년 들어 비트코인은 가치의 절반을 잃었다. 테라 문제로 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진데다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털은 지난 6월 파산 신청까지 한 상황이다. 광풍이 불던 NFT(대체불가능토큰)는 가치 하락과 동시에 실효성이 없다는 프레임까지 뒤집어 써야 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만한 상황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주춤한 지금도 기관 투자자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코인베이스 기관 거래액은 2350억달러. 개인 투자자 거래액이 740억달러였으니 개인 거래액의 약 3배를 기관이 차지한 셈이다.

2021년 여름만 해도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아마도 기관투자자의 실질적인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 코인베이스와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블랙록은 "기관 고객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점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확실한 건 기관 수요가 많지 않았다면 블랙록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래리 핑크는 5월엔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두고 "디지털 통화를 가속화하는 데 잠재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도 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에 약 4억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나온 발언이었다.

블랙록의 가상자산 진출에도 시장이 쉽게 열광하지 못하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수년째 규제 이야기가 들리긴 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코인베이스조차 한편에선 블랙록과 제휴를 맺었지만 한편에선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 미국에서 가상자산 규제안 초안이 나온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내린 행정명령에 따른 검토 결과다. 한국도 이 안을 보고 규제의 발걸음을 맞추지 않을까 싶다. 블랙록까지 진출한 마당에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사업과 투자의 방향성에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단순히 자금을 시장에 유입시키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자원을 배분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정보의 비대칭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블랙록의 가상자산 행은 시장을 더욱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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