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서울과 수도권이 몸살을 앓았던 지난 8일 개인투자자의 심정도 거친 물살에 휩쓸리듯 무너졌다.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국투자증권의 거래 고객이다.

지난 8일 오후 4시쯤 한국투자증권 시스템 전산 장애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물론,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접속이 불가능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사옥이 일부 침수, 관련 시스템 전원이 15시간 동안 차단되면서 시간외거래와 해외주식거래 등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까지 나서 대고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지난 9일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당사의 모든 전산 환경을 점검하고 반드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증권사 전산장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투증권만 해도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거래량 폭주로 한 시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등 대형사들도 온갖 이유로 전산이 멈춰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증권회사 민원(5212건)의 44.6%가 내부통제 및 전산장애 때문이었다. 올해에도 관련 민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가 밝힌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의 총 민원건수는 6575건으로 전년 동기(1586건) 대비 314.6% 급증했다. 늘어난 민원 대부분은 전산장애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전산 관련 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59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6668억원으로 전년(5802억원) 대비 14.9%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크게 늘어난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59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8조8497억원에서 13조215억원으로 47.1% 증가했다. 증권사의 실적 증가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에 따른 증시 호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산운용 투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가운데 최근 증권업계는 MTS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일 통합형 MTS인 엠스톡(M-STOCK)을 정식 출시했다. 해외주식·선물 거래앱 ‘엠글로벌(m.Global)’과 연금·금융상품 관리앱 ‘엠올(m.ALL)’, 국내주식 거래앱 엠스톡에 통합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브로커리지 1등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기존 MTS인 영웅문S와 해외주식 거래 MTS인 영웅문S글로벌을 합친 영웅문S#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사전 체험단을 모집해 베타 테스트를 마쳤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사용자 환경 및 경험 전반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한 MTS를 출시했고 신한금융투자도 MTS 신한알파의 홈 화면을 개편했다.

증권가에 MTS 개편 열풍이 분 것은 증시 부진 등 시장상황 악화로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미들을 잡으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MTS 개편 초점 역시 간편과 통합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전산장애는 자칫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관리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투자자는 겉모습만 새로 단장한 MTS보다 안정적인 서버를 구축한 증권사의 MTS를 원한다. 편의성보다 안정성을 높인 MTS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증권사는 한 번의 전산장애가 투자자는 물론, 당사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