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I(Business to Intelligence)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생소하다고 여길 것이다. ‘B2B나 B2C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적지 않다. 웹3.0 시대에는 사람, 기업 뿐 아니라 프로그램이나 지능도 사용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B2I라는 말이 등장했다.

과거 고객은 주로 사람이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음식을 맛있게 느끼게 하는 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시키는 일, 모두 사람에 중점을 둔 고민이었다.

요즘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프로그램도 고객이 됐다.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에서 이뤄지는 디파이(Defi)를 예로 들어보자. 탈중앙화 플랫폼은 운영의 주체가 사람이나 기업이 아닌 프로그램 그 자체다. 100줄도 안되는 코드가 수십조원의 금액을 운용한다. 유니스왑에서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족시키는 행위에서 돈이 나온다.

예를 들면 차익거래 프로그램이나 유동성이 떨어지면 빌려와서 채워주는 등의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프로그램의 빈 부분을 보완해가며 작동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들, 즉 프로그램이 진화한 인텔리전스에 가치를 매긴다. 웹3.0의 시대에는 ‘사용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사람이나 기업이 아닌, ‘프로그램 또는 지능’이라는 답변이 더 어울린다.

B2B, B2C라는 표현은 해당 가치의 측정을 기업이나 소비자만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과 비춰보면 매우 좁은 범위의 해석이다. 지금처럼 블록체인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사업을 표현할 수 없다. 기존 업계에서도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의 거래를 결합한 경우, 이를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B2B2C 같은 단어도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기업과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했던 건 그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가치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르다. 프로그램이 집행하는 가치가 훨씬 커졌다. 앞선 유니스왑에서의 사례처럼 금융의 가치 측정은 ‘알고리즘'이 한다. 사용자가 몇 명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보의 격차가 있으면 가치가 나오고,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면 비즈니스 모델이 동작한다. 계산이 가치로 직접 환산되는 투명한 세계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에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연결에서부터 대부분의 가치가 창출된다.

우리는 프로토콜 경제에서 B2I라는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B2I는 지능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라는 뜻이다. 기업과 소비자도 지능의 일종이기 때문에 기존 B2B, B2C도 설명이 됨은 물론이고 다오(DAO), 스마트 컨트랙트 등까지 포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NFT는 디지털 작품,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도 비즈니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인공지능과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이 시대는 B2I의 시대다. 또 B2I 비즈니스를 할 때 주로 봐야 하는 지표는 얼마나 많은 지능들이 우리 네트워크에서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될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 kimminhyun@comcom.ai
블록체인 기반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 커먼컴퓨터의 대표다. 구글에서 7년간 일한 후 'The Internet for AI'를 목표로 커먼컴퓨터를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 관련 자문, 멘토 외 트레바리 등 각종 강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