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창작자 상생을 위한 작가용 정산 정보 시스템 사이트를 개설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당연한 일을 하면서 생색만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8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빅테크 갑질 대택 TF-플랫폼 및 창작자 상생간담회에서 ‘파트너 포털’을 선보이고 이를 시연했다. 파트너 포털은 카카오엔터가 웹툰 수익 정산 정보를 창작자에 공유하는 사이트다.

파트너 포털 시연은 카카오가 올해 4월 발표한 ‘창작 생태계 강화를 위한 상생안’의 일환이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수수료 및 불공정 수익분배를 지적받은 후 상생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엔터 상생안은 ▲이벤트 캐시 정산분 최소 5% 보장 ▲정산 시스템 구축 ▲신진 작가 선발·육성 지원책 마련 ▲작가 권리 향상 ▲작가 수익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모든 자회사 CP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그 결과 정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이트 ‘파트너 포털’을 구축해 최근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최초로 한국 웹툰·웹소설 작가를 위한 창작지원재단을 설립하는 등 국내 창작 생태계 발전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 카카오 상생안은 ‘환영’

업계는 파트너 포털 정산 시스템 구축을 두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작가가 정산 세부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카카오엔터는 작가 개인이 아닌 콘텐츠 제공사(CP)와 계약을 체결하고 정산 세부내역을 CP에만 제공해왔다.

또 선투자 계약 시 총매출 55% 수익배분율 외에 최소 5%의 이벤트 캐시 정산분을 보장한 점도 창작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가가 받는 실질 정산율은 최소 60%가 되기 때문이다. 또 작품 뷰어엔드 영역(스토리가 끝나는 하단부) 광고 수익 분배안도 환영 받는다. 전체 매출 규모가 같다고 가정하면 카카오엔터가 수익 일부분을 창작 생태계로 돌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창작 생태계 강화를 위한 1차 상생안.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창작 생태계 강화를 위한 1차 상생안.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 상생안 ‘말장난’ 불과" 반발심은 여전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의 상생 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엔터 상생안 세부 내용에 카카오엔터 측과 창작자 간 의견 대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벤트 캐시 정산분 최소 5% 보장을 두고 말장난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작가 A씨는 "이번 상생안이 작가들에게 좋은 방향인 건 맞다"면서도 "원래 했어야 하는 걸 이제야 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소 실질 정산율 60% 보장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료로 푸는 대여권 같은 걸 정산해서 다 합하면 작가에게 60%가 돌아간다는 건데, 그건 카카오엔터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하는 이벤트 같은 걸 작가에게 준다고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웹툰작가노동조합도 상생안이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웹툰작가노동조합은 2021 국정감사 당시 "플랫폼이 수익 30~5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CP·메인작가·보조작가·글작가 등이 나누고 있다"며 "이를 계산하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라고 카카오엔터를 비판해왔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은 "카카오 측이 노력하는 것은 알겠지만 충분치 못하다"라며 "최소 60%를 보장한다는 것은 결국 수수료 40%를 가져간다는 것으로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장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뷰어엔드 광고 수익 분배도 문제로 지적

카카오엔터가 작가 수익 확대를 위해 약속한 뷰어엔드 광고 수익도 분배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소급적용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뷰어엔드 광고는 스토리 하단부에 나오는 광고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수익 정산 전이지만 뷰어엔드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뷰어엔드 광고가 콘텐츠와 독립적으로 분리된 서비스 영역이라고 보고 이익을 작가와 분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4월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창작자 수익 환원 프로그램 형태로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다만 광고 수익이 나기 시작한 시점이 카카오엔터가 작품별로 수익을 집계하기 시작한 시점과 달라 광고 수익 배분은 7월 1일이 기준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작품별 광고 수익을 배분하기 위해 시스템상 데이터 작업이 필요하다"며 "준비 과정을 거쳐 7월 1일부터 데이터가 관리된 만큼 이를 기점으로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창작자들은 7월 1일 이전부터 뷰어엔드 광고를 게시한 만큼 이를 소급적용해 창작자와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품을 보러 온 사람이 결국 광고를 본 만큼 카카오가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카오엔터가 창작자 측과 다시 계약하기 전 발생한 광고 수익은 창작자와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다.

작가 A씨는 "몇몇 작가들이 내 작품에 광고가 붙었는데 왜 광고비를 정산해주지 않냐고 CP와 카카오 측에 묻자, 시험 삼아 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걸로 안다"며 "그동안 정산하지 않다가 국회에서 문제 삼으니까 이제야 해준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어쨌든 내 작품에 광고를 단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신아 사무국장 역시 "수익을 분배하기로 계약했고 수익이 났으면 당연히 소급 적용해서 분배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작가들에게 부당하게 편취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