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홍수·가뭄 빈도가 증가하고 물 분배 불균등 등 다양한 수자원 관련 이슈가 불거진다. 21세기를 ‘물의 세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은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류는 석유 중심의 ‘블랙골드’ 시대를 보내고, 물이 각광받는 ‘블루골드’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8월 초 중부지방에 폭이 좁은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안전공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집중호우라는 위험요인이 인구와 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발생했고 하필 그 곳의 지형이 낮고 우수처리시설이 부족해 수재해 취약성이 높았다. 큰 피해가 발생은 필연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학에서는 인적·물적으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현상이나 재난 상황, 혹은 자연재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 기반 모델링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저감대책을 수립하거나 정책에 반영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한다. 대표적인 자연재해인 홍수 피해를 저감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기법이 쓰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지성 폭우의 편차가 크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강수량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상황적 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책 수립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홍수 시뮬레이션은 일정량의 강우가 특정 지역에 내리는 경우 강우에 의한 침수 범위와 침수심을 결과로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침수피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인자를 정확하게 예측, 반영해 종합적인 침수 예방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한 침수 예방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아래의 요소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강우의 발생 및 유출 뿐만 아니라 배수 과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모델링이 필요하다. 침수 및 배수과정을 모델링함에 있어 빗물펌프장이나 저류지의 기능, 처리용량을 모형에서 경계조건으로 반영하여야 정확도가 개선될 수 있다. 또한, 하천의 외수위에 관한 정보 뿐만이 아니라 하수관거의 제원, 우수배제 양상과 빗물펌프장의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침수와 배수과정을 예측해야 한다.

둘째, 전 과정에 걸친 물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3D 모델링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2차원 지표수 침수해석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하천 범람, 침수, 역류 등 다양한 현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3차원 모델링 기반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셋째, 시뮬레이션 대상 영역과 대상 시간을 늘리기 위해 병렬 및 분산처리 컴퓨팅, AI 기반 침수예측 기법과의 병행적용, 수치기법·지배방정식·매트릭스 솔버·소스코드의 최적화 등을 통해 모형 적용성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불거졌던 이슈인 항아리형 지형으로 우수가 몰리는 현상, 빗물저류시설 및 배수시설의 기능, 하천 수위 증가에 따른 우수 배제 양호 정도, 맨홀 뚜껑에 작용하는 압력 계산, 배수로 상부 오물 제거 시 우수 배제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수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외산 기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지형적, 기후적 특수성을 반영한 재난재해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산학 협력을 통한 국내 기술 개발로 경제적 피해를 저감하고 사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송창근 인천대학교 교수(안전공학과) baybreeze@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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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건설환경공학과를 졸업한 송창근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공학 석사를, 동 대학 건설환경공학부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인천대학교 공과대학 안전공학과 부교수로 근무 중이며, 이와 더불어 한국방재학회 연구위원회 위원장, 한국안전학회 사업이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사업 평가위원, 국토안전관리원 국투안전자문위원회 기반시설분과 위원, K-water 안전자문단 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