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시장은 2025년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국산 블록버스터(매출 1조 이상을 기록하는 의약품) 신약이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대웅제약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대웅제약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은 인체 내부의 면역체계가 정상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며 공격하는 질병이다. 자가 면역 질환에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혈관염 등과 같은 류마티스 질환과 자가 면역 갑상선염, 다발성 경화증 등과 같은 기관 특이적인 질환 등이 있다. 자가 면역 질환은 급성 또는 만성 일 확률이 높으며, 본질적으로 모든 장기와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질병의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2025년 1530억달러(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선 국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존재한다.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Remicade)’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는 올해 1분기 유럽시장 점유율 52.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2%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미국 시장도 올해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의약품의 제형을 변경한 램시마SC(피하주사)를 개발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신규 개발한 자가면역치료제 ‘유플라이마’ 공급을 본격화해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장 석권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DWP213388’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DWP213388은 혁신 신약으로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경구용 치료제다.

일반적으로 B세포 또는 T세포 하나만의 저해에 국한돼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표적 저해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번 임상 1상에서는 DWP213388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 특성을 확인하고 유효성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 2상 진입 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임상은 올해 4분기 시작 예정으로,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단 회 투여와 반복 투여로 진행된다.

LG화학은 자가면역질환 신약 ‘LC510255’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아토피 피부염 국내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LG화학은 LC510255 적응증을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인 아토피로 확대했다.

LC510255는 2021년 4월 중국 관련 라이선스를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트랜스테라는 지난해 12월 중국 궤양성대장염 임상 2상, 올해 4월 아토피 중국 임상 2상 IND(임상계획승인)을 획득했다.

HK이노엔은 혁신 신약 기업 온코빅스와 자가면역질환 신약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은 후보물질의 평가·검증·상용화 연구, 온코빅스는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도출과 합성 연구를 수행한다. HK이노엔은 JAK억제제 계열의 자가면역질환 신약도 연구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성분명 바토클리맙)’를 개발하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을 비롯한 갑상선 안병증(TED)과 혈소판 감소증(ITP), 시신경 척수염(NMO), 다발성 신경증(CIPD)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중증근무력증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향후 탑라인 결과를 도출해 바이오 의약품 품목허가(BLA)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에서 중증근무력증 임상 3상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이 영향을 주는 장기 기관이 광범위하고 그 환자 수도 적지않기 때문에 어느 질환보다 치료제 수요가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며 "오랜 연구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공략할 후보물질들이 등장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