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유럽에는 5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쳤다. 독일 라인강 수위는 바지선 운항 최소 높이보다 낮아졌고 런던에서는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중국은 어떤가. 한쪽에선 홍수로 난리지만 한쪽에선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얼마 전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폭우도 지구 온난화발 이상 기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이야기에 왠 환경 타령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 가상화폐 역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 주범이다. 케임브리지대 비트코인 전력소비지수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은 왠만한 국가 급의 전력을 소비한다. 매년 수치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나, 연간 에너지 소비량 추정치를 보면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개별 국가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최대 댐인 중국 싼샤댐의 연간 전력생산 용량에 버금간다는 말도 있다.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 배경에는 작업증명(PoW)이라는 메커니즘이 있다. 작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함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 작업에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고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컴퓨터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있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결국 가상화폐 광풍에는 엄청난 전력 소비와 환경 오염이 뒤따랐던 셈이다.

스웨덴 금융당국 등은 가상자산 채굴자의 에너지 소비로 인해 파리협약에서 목표로 한 탄소 감축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에 "에너지 집약적인 PoW 채굴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주 상원 의원들은 탄소 배출 기반의 가상화폐 채굴 사업 운영을 2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채굴에 재생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이유로 나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럽중앙은행은 그러나, "재생에너지 역시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 채굴에 이를 사용한다는 건 결국 다른 용도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행인 건 가상화폐 산업 내에서도 시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더리움의 ‘머지(Merge) 업그레이드’다. 머지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기존 PoW에서 컴퓨터가 필요 없는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이다. ‘얼마나 작업을 했느냐’가 아니라 가상화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상을 분배하는 개념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에너지 소비의 99.5%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업자는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합의 메커니즘으로의 변화는 블록체인의 에너지 소비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투자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관투자자의 이더리움 진입도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아직은 소수의 간접투자만 이뤄지고 있지만 확장성을 넓힐 수 있는 이슈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필두로 가상화폐에도 지속 가능한 투자 물결이 불어오길 응원한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