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기록을 달성한 ‘케이캡’이 올해도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데뷔전을 치른 ‘펙수클루’ 역시 성공적인 출발을 기록했다.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왼쪽)와 ‘케이캡’. / 각 사 제공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왼쪽)와 ‘케이캡’. / 각 사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올해 2분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에 힘입어 창사이래 최다 매출액인 25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원외처방실적 1000억원을 돌파한 케이캡은 올해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실적만 606억원에 달했다.

이는 5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기록보다 100억원 이상(21%)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제약 시장을 이끌어갈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케이캡이 첫 출시된 2019년 이후 처방시장 진출 3년차 만에 달성한 성과는 역대 출시된 국산 신약 중 최단 기간 내 연간 실적 1000억원 돌파 기록이다.

이후 올해 5월 물 없이 입에서 녹는 제형(구강붕해정)을 출시했으며, 지난달에는 5번째 적응증으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을 획득하는 등 위식도역류질환 시장 진출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이로써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의 적응증을 갖게 됐다. 케이캡은 국내에 허가된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적응증이 가장 넓다.

최근 케이캡은 저용량에 해당하는 25㎎도 새롭게 허가받았다. 저용량 제품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에 사용될 예정이다. 케이캡 25㎎은 건강보험적용 절차를 거친 후 내년 초 출시될 예정으로, 치료부터 효과 유지까지 전 단계에 걸쳐 케이캡을 복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판매 돌입에 따른 로열티, 해외 수출 계약 체결 등을 앞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7월 출시된 국산 34호 신약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도 준수한 출발을 기록했다. 첫 달에만 매출 10억7489만원을 기록한 펙수클루는 업계에서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을 위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캡 역시 출시 첫 달인 2019년 3월 17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낙관적인 상황이다.

펙수클루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저용량인 10㎎을 허가받으며, 케이캡과 유사한 방법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허가받은 펙수클루정10㎎은 기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에 더해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까지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 받았다. 위염 병변 개선 적응증은 국산 P-CAB제제로서는 처음으로 확보한 적응증이다.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바이오를 통해 펙수클루를 ‘앱시토’, ‘위캡’ 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 빠른 시장 잠식을 통해 케이캡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3년 6월까지 발매 1년 내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제시 한 바있다.

이와 함께 2023년에 위염 적응증 획득을 시작으로, 2025년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D) 유지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궤양 예방 적응증 추가 획득 등을 계획하고 있다. 2024년 브라질·멕시코를 시작해 2025년 중국, 미국 출시 등을 통해 매출을 확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염은 경증 미란의 경우 자연치유율이 높고, 중증 미란의 경우 치료약을 투여해도 치유 불가능한 경우 많아서 위약군 대비 시험약의 우월성 확보가 어려워 난이도 높은 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위염 치료제 중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우월성을 확보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의약품의 동반성장은 위염 치료제 처방 패턴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제들이 위산분비 억제를 기전으로 1차 치료제의 처방이 돼 왔는데, 새로운 기전인 P-CAB 기전의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의중심이 빠르게 이동,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위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3500억원 정도로 파악되는데, 9000억원에 달하는 소화성질환 시장으로까지 저변 확장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케이캡과 펙수클루와 같은 P-CAB 기전 제품은 경쟁적 관계가 아닌 PPI 기전을 비롯한 타기전 치료제의 브랜드 제품 및 복제약(제네릭)을 대체할 의약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동일한 질병을 타겟한 신약이 각각 다른 회사에서 등장하면 두 제품을 경쟁 구도로 놓지만 케이캡과 펙수클루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반자 관계로 업계는 보고 있다"며 "국내 신약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인 동시에 외국계 제약사들이 주류인 시장에 국내사들의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