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조각투자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했기에 조회수 걱정을 했던 필자들의 걱정이 기우였다고 생각될 만큼 예상보다 많은 독자들이 연락하셔서 놀랐다. 필자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매우 좋아한다.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다. 독자들의 이메일을 항상 기다리고 있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 둘 모두 경영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술 자체보다는 예술시장 그리고 금융에 더 관심이 많다. 가끔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필자는 금융시장을 연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후 몇 번의 칼럼에 걸쳐 필자의 논문인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시장이 정보효율적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의 가격이 거래 당시 주어진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말이 길면 어렵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장에 알려진 정보를 거래 가격에 모두 반영했느냐가 시장의 정보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정보효율적인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을 효율적 가격이라고 부르며 이 효율적 가격이 합리적이고 적정한 자산의 가격이라고 금융학에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되지는 않는다. 일단 가장 접근하기 쉬운 정보는 자산의 과거 가격정보(데이터)이다. 주식 같은 경우 차트를 그리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이 가장 구하기 쉬운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시장을 약형효율적 시장이라고 부른다. 시장이 약형효율적이라면 과거의 정보를 가지고 평균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통계적으로 어렵다.

과거 가격정보보다 구하기 어려운 정보들로는 과거 가격정보 이외의 자산에 대한 정보 그리고 내부정보 등이 있다. 전자를 반영하면 준강형, 후자까지 반영하면 강형효율적이라 부르는데, 필자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은 과거의 정보만 반영하는 것도 충분히 도전적일 것 같아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의 약형 효율성 검정" 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썼다.

이 연구에서는 서울옥션이 경매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22년까지 24년간의 예술품 경매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다. 재거래된 예술품들의 가격을 바탕으로 예술품 가격지수를 구성했고, 가격지수의 시계열적 변화를 분석했다.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은 효율적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리 없다’는 답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거래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한 통계방법론을 이용해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한 자료는 사실상 없다. 데이터도 없고, 예술계에 적합한 통계방법론을 사용할 연구자가 적다 보니 대부분의 연구들은 정성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마침 필자는 국내 예술품 거래 데이터도 있고 그 데이터를 분석할 역량도 있다. 그럼 총대를 메고 이런 시도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수많은 연구들이 존재한다. 우리도 이제 때가 왔다.

이후 칼럼에서는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려고 한다. 시장효율성 이후에는 현재 예술시장이 거품인지에 대한 실증 분석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국내 예술시장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분석들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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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rjy1524@artfinancegro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