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난과 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해 신차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큰 변화가 없는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차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중고차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차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 난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판매용 차량 가격은 1분기 기준 4200만1000원으로 2년전 평균가인 3823만7250원 비해 376만3750원(9.8%)이나 증가했다.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시민회의는 완전변경이 아닌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기아 쏘렌토(MQ4)는 연식변경 후 1열 유리창 차음 글라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가격이 89만원 인상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 성능 향상, 하이패스, 레인센서를 추가해 기존 차량에 비해 450만원 인상됐다. 최근 연식변경 모델로 출시된 현대차 투싼(NX4)과 기아 K5(DL3)도 각각 231만원, 39만원 인상됐다.

한국GM의 경우 7월 트레일블레이저 연식변경 모델 가격을 50만원 인상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주력모델인 QM6 GDe 모델에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추가하고 가격을 108만원 인상했다.

시민회의 관계자는 "인기 차종은 오랜 출고 대기 중 차량 연식이 바뀌면 기존 계약서와 달리 추가금을 내고 원하지도 않는 옵션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해야 한다"며 "옵션 구성과 선택폭을 다양화해 소비자들이 카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부담이 없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차 가격 못지 않게 중고차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AJ셀카의 8월 온·오프라인 내차팔기 거래현황에 따르면 중고차 전체 평균 거래량은 전월 대비 10% 감소했지만 중고차 전체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13.6% 상승했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거래량은 감소하고 중고차 시세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조선DB
서울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조선DB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은 신차 가격과 연동된다"며 "신차 가격이 높아질 수록 중고차 가격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고차 쪽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며 "그 와중에 휴가철, 추석 명절 등 요인으로 인해 차를 판매하려는 차주들이 적고 사려는 사람은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인상, 신차 출고 지연 등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며 "보통 연식변경의 경우 몇가지 옵션을 추가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풀린다고는 하지만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고차 가격은 신차 가격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신차가격이 높아질 수록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분간은 신차, 중고차를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