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구입 시 구성품이라는 개념이 사리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2023년 갤럭시A 시리즈 라인업 중 일부 모델에서 충전기는 물론 USB-C 케이블까지 뺀다. 휴대폰 본체만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보호 명목으로 기본 구성품에서 빠진 제품의 구매비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28일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본 구성품에 충전기를 제외하는 정책을 플래그십에서 중저가 제품으로 확대한다. 2023년 갤럭시A 대부분의 라인업에서 충전기는 물론 USB-C 케이블까지 뺀다.

갤럭시Z플립(왼쪽)과 갤럭시Z플립4 패키지 비교 /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왼쪽)과 갤럭시Z플립4 패키지 비교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1년 8월 친환경 미래 비전인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발표했다. 신형 제품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케이블을 모두 빼는 것은 친환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명분외 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 적용 ▲제품 패키지 내 모든 플라스틱 소재 제거 ▲스마트폰 충전기 대기 전력 제로화 ▲세계 사업장 매립 폐기물 제로화 등 기후변화 대응 및 순환 경제 실현을 위한 세부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충전기를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했고, 올해는 M53·A23·A53·A33·A73 등 중저가 제품군 구매자에게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향후 USB-C 케이블까지 구성품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기업의 환경보호 명분에 맞다. 하지만 제품 구매에 따른 환경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케이블이나 충전기가 있어야 단말기를 충전할 수 있어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품목인 탓이다.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에서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제외한 것을 비꼰 삼성전자 트위터 /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법인 공식 트위터 ‘삼성 라틴’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에서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제외한 것을 비꼰 삼성전자 트위터 /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법인 공식 트위터 ‘삼성 라틴’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기본 구성품 중 충전기를 빼는 트렌드는 애플이 먼저 주도했다. 애플은 2020년 출시한 아이폰12 시리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3월 보고서를 보면, 애플은 2020년 기존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한 정책 시행 결과 2년간 50억파운드(8조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애플이 충전기·이어폰을 제외한 결정으로 아이폰 1대당 27파운드(4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지만, 아이폰 완제품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0월 라틴아메리카법인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비꼬는 SNS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 공식 트위터는 "갤럭시는 충전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성능, 120㎐까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글을 충전용 어댑터 사진 한장과 함께 게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충전기에 이은 USB-C 케이블의 구성품 제외 소식에 대해 "회사의 정책은 충전기 제외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개발 단계인 갤럭시A 차기작의 구성품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