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 관리도 습관이다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
입력 2022.08.30 06:00
누구에게나 위기의 순간이 온다. 어떤 이에게 위기는 생존의 위협이 되는 반면, 다른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늘 위기를 견뎌내야 한다. 결국 위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큰 숙제다.

잠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자. 위기 대응 능력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긍정적인 마인드나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고, 준비성과 실행력도 중요하다. 성품만의 문제라면 선천적이라 하겠지만, 주로 태도나 행동의 문제인 걸 보면, 후천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다시 말해 개인이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위기도 결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몰락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지난 6년간 수 많은 블록체인 기업을 봐왔다. 많은 기업이 소멸했다. 블록체인 분야의 생존율은 유독 낮았다. 이유는 많다. 규제가 많아서, 정해진 제도나 절차가 없어서, 사기성이 높아서, 기술이 부족해서 등등.

위기가 기회인 곳도 적지 않았다. 시작은 비슷비슷했지만, 지금 시장의 리더가 돼있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을까? 성공의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짚어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블록체인 기업들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법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정해진 법령이 없다. 법이라도 있다면 그에 맞춰 하나씩 준비하면 되지만, 여기는 정해진 게 없다 보니 무엇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 명확치 않다. 지도 없이, 내비게이션 없이 목적지를 찾아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정책도 예측하기 어렵고, 사실 누가 어디서 그 정책을 결정하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정치적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여기에 해외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정책이나 법률의 영향이 크고, 또 해외 관련 이슈도 많다 보니 해외 동향을 늘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하기가 녹록치 않다. 이 분야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있다. 모험심 강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기성이 농후한 곳도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의 개인과 기업이 블록체인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 예상치 못한 위기를 헤쳐 가야한다는 공통된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기업은 어떤 위기 관리 능력이 있었던 걸까?

첫째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보다 정면으로 대응하는 방법부터 시작했다. 원칙이 명확해야 유연성이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규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회피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면피만 하겠다고 쫓아다니다 보면 늘 주변에만 머물게 마련이다.

둘째 위기 관리를 담당할 인력이 있었다. 설령 변호사와 같은 전문 인력이 아니라도 늘 이 문제를 고민할 담당자를 정해 두고 있었다. 고민이 깊어야 해결책도 보이는 법이다. 담당자가 있으니 위기 관리는 늘 기업의 주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었다.

셋째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걸 처리하는 절차가 미리 정해져 있거나, 아니면 급하게라도 늘 새롭게 절차를 마련해서 진행했다. 어떤 경우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안다. 최근 들어 이런 절차를 좀더 구체화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업에게 컴플라이언스는 점점 더 필수적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기 대응 성공기업은 촘촘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술은 물론이고, 규제, 정부 정책, 입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전문가 풀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때 그때 이슈에 맞게 이들을 활용해온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블록체인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규제 개선에 정부 정책의 방점이 있으니 좀더 제도화가 수월하리라 기대는 해 보지만, 지금까지 보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하다. 기본적으로는 금융의 영역을 다룰 수밖에 없다보니 투자자나 이용자 보호 이슈는 늘 부딪치는 과제다. 블록체인 기업은 여전히 철저한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위기 관리는 기업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습관의 힘이 개인을 대가의 반열에까지 올려 놓듯이, 기업에도 습관은 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은 이제 점차 제도화의 길을 걸으며,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장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서의 승자는 당연히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체력은 단연코 습관을 통해서 길러진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whc@dlightlaw.com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