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신규 납품처로 중국 신생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선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한국 기업의 입지가 높은데, 애플이 YMTC를 신규 공급처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애플의 결정은 미 바이든 행정부와 엇박자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최근 칩4 동맹을 추진하는 등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제한할 예정인데, 애플은 오히려 핵심 부품 공급처로 선정하는 등 정책 기조에 배치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 YMTC가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 / YMTC
중국 반도체 업체 YMTC가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 / YMTC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YMTC의 128단 낸드플래시를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14 시리즈와 보급형 모델(SE 3세대)에 탑재할 계획이다. 그간 애플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일본)에서 낸드를 공급받았지만, YMTC도 새로운 공급 업체에 포함됐다.

2016년 설립된 YMTC는 칭화유니그룹과 중국 후베이성이 함께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소유한 국영 반도체 회사다.

애플이 YMTC를 세 번째 낸드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YMTC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차 등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돼 첨단 산업에서 중요성이 크다.

YMTC는 삼성전자(1위)와 키옥시아 등에 이어 세계 낸드 시장 6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와 애플의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YMTC의 낸드 사업 매출은 4억 6500만달러(5600억원)로, 1년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2.5%에서 올해 1분기 3% 수준으로 확대됐다.

YMTC는 최근 저가공세를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중이다. 로이터는 7월 28일 "YMTC가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YMTC의 목표는 시장 점유율을 빠른 시간 내에 10%로 만드는 것이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낸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며 한국의 낸드 시장 점유율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낸드 기술 격차는 2년에 불과하다.

업계는 YMTC가 중국 정부와 애플을 등에 업고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면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앞으로 수년 안에 현재 한국 기업이 우위인 시장점유율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은 수익성 확보 등이 어렵지만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의)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 5월 중국 정부와 2750억달러(370조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적극 도입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과 YMTC가 교류를 확대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와 정계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1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던 반도체 업체 인텔의 계획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단시킨 바 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