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로 출범해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한 뒤 대한민국 대동맥을 이은 KT가 민영화 20주년을 맞았다. 40년간 한국의 통신 대동맥 역할을 한 KT는 앞으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KT는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범했다. 사진은 1982년 1월 4일 공사 청사에서 진행된 현판식 후 이우재 초대 사장(오른쪽)이 최광수 체신부 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 KT
KT는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범했다. 사진은 1982년 1월 4일 공사 청사에서 진행된 현판식 후 이우재 초대 사장(오른쪽)이 최광수 체신부 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 KT
KT는 40년 전인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범했다. 이후 무선호출기 ‘삐삐’를 상용화했고,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설립했다. 1986년 1가구 1전화 1000만 돌파를 이뤄내고 농어촌 공중전화를 확대하는 등 국내 통신 여백을 줄였다.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KT는 2002년 8월 첫 주주총회를 열고 민간 기업으로 새출발했다.

민영화 후 초반에는 공기업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사업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민간 기업이 아닌 공기업에 준하는 질타를 받았다.

그러던 KT가 완전 민영화 시대를 연 것은 최근의 일이다. 2년 반 전 취임한 구현모 현 대표는 정치적 입김이 반영됐던 그간의 CEO들과 달리 12년 만에 수장 자리에 오른 KT 내부 출신 인사다. KT CEO는 외부 입김으로 뽑힌다는 오명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구 대표는 2013년 6월 이후 9년만에 시가총액 10조원 KT 시대를 여는 등 성과를 냈다.

더이상 통신에만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KT는 그간 몇차례 통신장애를 일으키며 잡음에 휩싸였다.

구현모 KT 대표 / KT
구현모 KT 대표 / KT
2020년 취임한 구현모 대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역량을 강조하며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2018년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2021년 10월 부산국사 라우팅 오류로 전국적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

이는 무리한 탈통신 시도로 인한 대규모 사태라는 지적을 받았고, 디티코 전환에 속도를 내는 KT에 좋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악재를 반면교사 삼았다.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구현모 대표는 6월 KT그룹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원을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2조원은 네트워크 분야에 투입돈다.

KT는 7월 ESG 보고서를 통해 "2021년 10월 전국 인터넷 서비스 장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강화된 통신망 안정성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대형 통신망 장애 예방과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 생활에 최선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KT는 7월 2022년 상반기 KT그룹 혁신성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KT
KT는 7월 2022년 상반기 KT그룹 혁신성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KT
KT는 통신 장애 발생 시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풀가동하며 안정적 통신 신경막을 이어간다.

최근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함께 국내 중요 통신시설인 구로국사에서 적 무인기(드론)가 폭탄을 투하한 상황을 가정한 복구 훈련을 진행했다. 을지연습 일환으로 진행된 훈련이었으나 실제로는 비상 사태 발생 시의 KT 통신망 복구 능력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위기상황에 활성화되는 공공와이파이 수는 현재 KT가 10만 3000개소로 가장 많고 SK텔레콤이 9만 4000개, LG유플러스 7만 4000개다.

또한 KT는 유선망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결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무선 AP 기기의 USB 포트를 휴대전화와 연결하는 USB 테더링 방식을 지원하는 등 장애에 대처하는 능력도 가졌다.

통신장비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현대차가 만든 아이오닉 차량을 소형 기지국으로 활용한다. 대형 트럭 크기의 기존 이동형 발전차가 진입하지 못 하는 골목 등에는 이 소형 기지국을 출동시켜 통신 공백을 줄인다는 것이다.

KT는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와 로봇, 디지털 금융 등에서도 디지코 성과물을 늘려간다. 기존 통신 사업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구현모 대표는 "KT는 초연결 인프라와 디지코 영역 등 적극적인 미래 투자와 디지털 인재 양성, 일자리 창출로 국가 핵심산업 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