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열린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NFT 살롱’ 사회를 맡았다. 세종솔로이스츠의 공연과 NFT 토론이 함께 이뤄진 공연이었다. 객석에는 평일 저녁 음악을 감상하러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의 바흐 샤콘느 연주로 문을 연 공연에 음악에 문외한인 나도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런 것이 예술의 힘이구나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얼핏 보면 NFT와 거리가 먼 앙상블의 공연 앞에 NFT가 붙은 이유는 스티븐 김이 연주한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코벳 바이올린의 음원이 NFT 화 됐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한 음원 NFT 말고도 인공지능이 연주한 음원까지 컬렉션에 담겼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라는 이탈리아 유명 제작자가 만든 바이올린이다. 17세기를 풍미했던 그가 일생 동안 만든 바이올린은 약 1000여개. 오늘날에는 약 600개가 남아있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이 발전한 요즘도 그가 만든 바이올린과 같은 음색을 내는 악기를 만들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아있는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은 천정부지 가격에 팔리곤 한다. 일례로 2011년 레이디 블런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약 1590만달러, 우리 시세로 210억원 가량에 팔리기도 했다.


소장하고 싶다고 해도 워낙 가치가 높아 소장이 힘든 바이올린의 음원을 NFT화했다니 NFT를 잘 모르는 음악 애호가도 솔깃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NFT는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NFT를 구매함으로써 클래식 생태계의 일원이 돼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메타버스나 NFT가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품도 많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판별할 수 있는 건 디자인, 목재의 특성, 질감, 무엇보다 악기가 내는 소리 즉 바이올린의 질 그 자체다. 이를 알아보는 것 역시 수백, 수천 개의 바이올린을 보고 나서야 생기는 숙련된 판별력일 것이다.

어쩌면 NFT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NFT가 발행되고 판매되고 있지만 단순 투자 목적으로 NFT를 뜬구름 잡듯 알아보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NFT를 공부하고 탐색하고 감정하는 눈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