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문제로 몇 달째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월 20일부터 두 달 동안 음료 17잔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정가 3만9000원 상당의 ‘서머 캐리백’을 증정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했다.

효과는 좋았다. 이 기간 동안 스타벅스코리아가 판매 혹은 증정한 서머 캐리백은 약 108만개 가량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가방에서 독성물질인 '폼알데히드'가 다량 검출되면다. 폼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발진과 알러지성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의 항의가 잇따랐다. 단순한 이미지 하락이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뿌려진 가방을 회수해야 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빠르게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매장을 통해 캐리백을 전량 회수 ▲사용을 했든 안 했든, 가방을 가져다 주면 아무 음료나 마실 수 있는 쿠폰 3장 증정 ▲이벤트에 참가해 가방을 수령했던 기록이 있는 스타벅스 계정에는 차후 새로 만든 가방을 받아갈 권리 혹은 스타벅스 3만원 상품권 증정 등이다. 음료 쿠폰과 상품권을 합치면 대략 5만원 상당을 보상하기로 한 셈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나왔던 소비자 보상 중 역대급으로 복잡한 보상안이었다. 아마도 상당히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포인트 제도 덕분에 가능한 시도였을 것이다.

차근차근 분석해보자. 우선 스타벅스코리아에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발암물질 캐리백의 빠른 회수, 다른 하나는 적절한 보상으로 소비자를 위무하는 것이다.

보상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이벤트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면 된다. 이들은 실제로 매장에서 커피를 사 마신 충성 고객일 가능성이 높으니, 당연히 적절한 보상으로 붙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가방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다. 통상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에서 증정되는 상품은 당근마켓 등 중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별도로 '음료쿠폰 3장'이라는 유인책을 책정한 배경에는 이 재판매 물량 회수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하다보니 서머 캐리백의 물권이 두 겹으로 분리된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 겹은 캐리백 증정 행사에 참여했던 기록이다. 일종의 간이 등기 문서같은 이 기록의 이 가치는 스타벅스 상품권 3만원어치다.

또 다른 한 겹은 실물 캐리백 그 자체로, 스타벅스 음료쿠폰 3장 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캐리백을 직접 수령해 가지고 있다가 보상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이 구조에 대해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당근마켓에서 이 가방을 중고 거래한 사람은 제값을 지불하고도 자신이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음료 쿠폰 3장뿐이라는 사실에 부당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일상에서 생활용품을 중고로 거래할때, 물건을 사면서도 그 물건의 이력에 대한 보증을 함께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품 시장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요즘은 고가의 명품 뿐만 아니라 나이키 같은 대중적인 의류 기업들도 NFT 등을 활용해 진품 인증서를 발급한다.

NFT 인증서의 장점은 추적할 수 있는 형태로 실물 소유자를 쫓아다닌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충성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대규모 리콜을 해야 할 때도 매우 손쉽게 회수 작업을 할 수 있다. 서머 캐리백의 경우, 이번 사건 자체가 상당히 화제가 됐음에도 전체 발암물질 가방의 회수율은 아직 6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 역시 이번 캐리백 리콜 때, 3개의 가방을 반납하고 3장의 스타벅스 상품권을 증정받았다. 갑자기 9만원이나 되는 커피상품권이 생겨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눔하려고 했더니 온라인으로는 내 스타벅스 포인트를 타인에게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크립토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게 불편하다. 스타벅스가 NFT를 도입하게 될 그 날을 기다려본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 paul.kim@blitz-labs.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