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꺼내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자연스레 폰을 꺼내 작품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활 방식은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같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도 한국에서는 안된다.

애플페이는 한국에서 서비스가 안된다. 대신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삼성페이를 써야 한다. 카메라 셔터음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반드시 ‘온’ 상태여야 한다. 임의로 ‘오프’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쓸 때 더 이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페이 / 애플 홈페이지
애플페이 / 애플 홈페이지
애플페이는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70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편화된 기능이다. 반면 IT 강국인 한국에서는 이 서비스를 쓸 수 없다. 서비스 주체인 애플과 한국 금융회사 간 협의가 난항을 겪는 탓이다.

최근 현대카드가 연내 애플페이를 단독 서비스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애플코리아와 현대카드는 확인해 줄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서비스가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정보로 파악된다.

애플페이의 한국 도입이 난관을 겪는 이유는 애플페이 결제 전용 단말인 NFC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애플페이용 NFC 단말기 보급률은 2020년 기준 한국의 1% 남짓이다.

간편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별도의 결제용 단말기가 없어도 기존 카드 결제기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금 없이 신용카드 하나로 생활할 수 있는 한국에서 삼성페이가 단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상황이 주효했다.

물론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NFC 단말기 도입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2021년 미국 시장에 선보인 '갤럭시S21'은 MST가 아닌 NFC 방식의 삼성페이를 지원한다. 단말기는 이미 준비가 된 만큼, 결제 기기만 확산할 수 있다면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카메라 셔터음을 의무화한 국가다. 한국에서 갤럭시나 아이폰 카메라로 사진 촬영 시 무조건 셔터음이 울린다. 운영체제에 손을 대면 음이 소거되기도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셔터음을 들으며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해외에서 사용하는 단말기에는 셔터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가 미국에 여행을 가면, 미 이동통신사 서비스와 접속하는 순간 셔터음이 자동으로 무음 처리된다.

카메라 셔터음 의무화 조치는 2004년부터 시작됐다. '몰카(몰래카메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당시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이를 제안한 후 의무화 됐다. 셔터음 의무 적용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뿐이다.

애플 역시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 출시하는 아이폰에 셔터음을 무조건 넣는다. 다른 국가에서 출시하는 아이폰은 셔터음 활성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 차별 요소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