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가격이 올해만 3번째 인상됐다. 폭등하는 종이 가격에 책 값도 덩달아 올랐다. 정작 책을 읽는 독서 인구는 감소세다. 출판업계가 원가는 오르고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8월 출판산업 진흥계획을 발표했지만 진흥계획에는 종이책 출판 관련 내용이 없다. 출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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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 출판업계 직격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등 제지업체가 1일부로 일반 인쇄용지의 기준가 대비 할인율을 7% 줄였다.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제지업계는 올해 1월 기준가 대비 7%, 5월에도 기준가 대비 15%씩 종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총 세 번 인상했다.

종이 가격 인상은 원료인 펄프(SBHK)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 통계를 살펴보면 펄프 가격은 8월 기준 1톤당 1030달러다. 올해 1월 1톤당 67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52.59% 증가한 수치다.

책 값도 덩달아 올랐다. 일반적으로 책을 10~20편 정도를 발간하는 규모의 출판사의 제작비 절반 이상은 종이 가격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펄프 값 상승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윌북 대표)은 "지난해 1월부터 1년 8개월 만에 종이 가격이 딱 2배가 됐다"며 "1년에 종이 가격 5억원을 내던 회사는 10억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책값은 오늘 1만원을 받다가 내일 2만원을 받을 수 없다"며 "어떤 독자가 이를 납득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상 9월 1일자로 정가 변경을 확정한 책 가격을 살펴보면 평균 35%, 4170.71원이 올랐다. 인상 전 책 평균 가격은 1만1956.23원이다.

학습지 가격도 올랐다. 이 역시 증가폭은 원자재값 상승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NE능률이 영유아 교육 브랜드 ‘아이챌린지’ 1개월 구독료를 4만4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NE능률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책값은 올렸지만 출판업계 수익은 증가하지 않는다. 수요층인 책 읽는 사람이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9년 대비 11.4%p 감소했다. 홍영완 대표는 "신간이 아닌 구간(오래된 간행물)은 몇 년이 지나도 비슷한 가격인데, 해마다 정가 인상 요인이 있다고 석유 가격 올리 듯 매번 올리지 않는다"며 "버티다 버티다 정가를 인상하는데 그러면 이 고통은 독자, 국민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방법 딱히 없어…정부 차원 조속한 대책 필요"

종이책을 출판하는 업체들은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책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악순환이 될 뿐이지만 어떻게 할 방법도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출판업계는 고통을 호소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문화산업 지원을 위해 8월 1일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계획(2022~2026)’에는 종이책 관련 내용이 없다. 오히려 전자책 등 출판업계 디지털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홍영완 대표는 "정치권은 수입 물가 관리에 중요 품목으로 펄프 가격이나 종이 가격을 반영해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며 "종이 가격 인상으로 원가·인건비 부담은 물론 지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 문제 등 삼중고를 넘어 사중고, 오중고 상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5월 종이 가격 인상 때 업계는 매우 시끄러웠으나 문체부는 조용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빠르게 내놓지 않을 경우 혼란을 넘어 붕괴가 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나 어떻게 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