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회사 암(ARM)은 8월 31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고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퀄컴은 2021년 14억달러(1조9000억원)를 들여 칩 분야 스타트업인 누비아를 인수했는데, 암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누비아는 암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디자인을 만드는데, M&A 후 암의 허가를 받지 않고 퀄컴에 양도를 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 퀄컴
퀄컴은 데이터 센터용 노트북과 서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CPU를 개발하기 위해 누비아를 인수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서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조치였다. 암의 디자인은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서버를 포함한 컴퓨터와 안드로이드 기기의 모바일 그래픽에 사용된다.

누비아가 암으로 받았던 라이선스는 3월 종료됐다. 암 측은 퀄컴의 누비아 인수 후 기존 라이선스 계약이 무효화됐고, 후속 조치로 퀄컴이 누비아에서 전달 받은 정보를 파기하는 등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퀄컴 측은 암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이미 CPU 제작과 관련한 광범위한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는데, 암이 이런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 측은 성명서를 통해 "지식재산권은 우리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다"며 "상표권 침해에 대한 금지 명령과 공정한 보상 등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앤 채플린 퀄컴 변호사는 "암의 소송은 오랫동안 이어온 양사간 관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다"며 "암은 퀄컴이나 누비아의 혁신을 방해할 권리가 없으며, 암은 퀄컴이 맞춤 설계한 CPU 관련 광범위하게 구축한 라이센스 권한을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