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큰 진통을 겪었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 모두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바라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초반 탐색전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7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1일까지 아홉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해 임금협상이 진통 끝에 올해 5월에 끝난만큼 노조는 올해 임단협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사측 역시 조속한 마무리를 원하고 있다.

실제로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상견례 자리에서 "조선 경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금리 인상과 고물가 현상 등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올해는 변화된 모습으로 서로 양보해 빠른 시일 내에 교섭을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1 임금협상 관련 파업을 전개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2021 임금협상 관련 파업을 전개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도 "올해는 소모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교섭으로 노사관계를 변화시켜 나가길 바란다"며 "필요한 상황이 오면 결단을 할테니 창사 50주년을 노사가 함께 멋지게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아직 9차 교섭 밖에 진행되지 않은 만큼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사가 치열한 탐색전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 자체적으로 요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요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회사의 입장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호봉승급분 1만2000원 인상 ▲연간 복지포인트 및 주유권 각 30만원 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연 등이 포함된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과 관련한 이견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이 금속노조 차원의 요구안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섭 초반이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안을 분석하고 이견을 좁힐 여지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임단협 테이블에서 공방은 없지만 추석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추석 이전 임단협 타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 2회 본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노조는 추석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소식지인 ‘민주항해’를 통해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주 3회 교섭을 요구했는데 사측이 미온적이다"며 "추석을 기점으로 어떠한 변화도 없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다"고 밝혔다.

2021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2021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심의를 진해하고 있다"며 "사측에 요구안을 설명하고 접점을 찾기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교섭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떻다고 말하기는 그렇다"면서 "탐색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월 추석 전까지 교섭을 진행한 이후 상황을 보면서 조정신청 등 쟁의행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며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 쟁의행위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사측에 밝힌 상황이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금속노조 차원의 큰 골자의 요구안이다"며 "기본급 14만원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아직 교섭 초반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견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간극을 좁혀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