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업계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충분한 인재 확보가 필요한데, 기업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직접 대학을 찾아 인재를 물색하고,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산학 협력 모델도 적극적으로 구상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통상자원부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2030년까지 한국 반도체 분야 필요 인력 수는 1만 4600명쯤이다. 반도체 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2020년 1621명에 달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기업 주요 경영진은 인력난 심화 문제를 해소하고자 직접 대학을 방문해 인재 영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8월 사장단이 직접 대학들을 찾아 석·박사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테크앤드커리어(T&C) 포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T&C포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글로벌 채용 설명회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례적으로 T&C 포럼을 국내에서도 진행했다. 그간 T&C포럼은 해외에서만 열렸다. 국내 특정 대학들에 경영진이 대규모로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서울대와 성균관대를, 정은승 DS 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KAIST를 맡았다. 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연세대를, 박용인 LSI사업부장이 포항공대를 찾아 각각 기조연설을 했다.

SK는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포럼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계열사별 경영진이 직접 포럼에 참석해 사업과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인재를 물색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방안에는 대학과의 산학 협력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이다. 기존의 한정된 인력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과 손잡고 처음부터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성균관대와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입학 시 등록금을 지원하고, 최소한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면 곧바로 취업이 되는 구조다.

또 2021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설치에 이어, 2023학년도에는 KAIST와 포스텍에도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반도체공학과 신설한다. 각각 90명, 4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경북대에도 2025년 계약학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고려대와 협력해 반도체공학과를 만들었다. 2023학년도에는 서강대와 한양대 등에 각각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졸업 후 SK하이닉스 입사가 보장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IT조선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IT조선DB
반도체 인력 수요가 높은만큼 채용도 활발하다.

SK하이닉스는 9월 2일부터 경력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8월 22일부터 30일까지는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선발 직무는 ▲소자 ▲연구개발(R&D) 공정 ▲품질보증 ▲양산/기술 ▲상품기획 등이다. 최종 합격자는 2023년 1월 입사 예정이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매년 1000명쯤을 채용해왔고,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르면 9월 초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낸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1년에 1만 6000명쯤을 뽑는만큼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