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의 약형 효율성 검정’이라는 필자의 논문 결과를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리즈의 두번째 글이다. 지난 칼럼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시장의 정보효율성에 대한 이해는 해당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시장에 알려진 정보를 거래 가격에 모두 반영했느냐가 시장의 정보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알려진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예시를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명품 가방을 구매하고 싶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가방을 검색했다. 백화점에서 사면 편했겠지만 그 돈을 더 유용한 곳에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감안해 중고상품에 관심이 갔다. 원하는 상품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깎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너그럽게도 그 판매자는 흔쾌히 10만원을 깎아주었다. 필자는 즐겁게 가방을 받아왔고, 더한 행운이 다음 날 터졌다.

이 가방을 만드는 회사에서 이틀 전, 바로 이 모델을 단종시키기로 했다는 발표를 무려 이탈리아어로 했던 것이다. 이 발표가 국내까지 전해지지 않아 필자는 매우 싼 가격에 이 가방을 구입할 수 있었다. 명백히 잘못된 거래 가격이다. 만약 중고 가방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알려진 모든 정보가 거래에 반영되었다면 필자는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국내 명품 중고 시장은 정보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

시장의 정보효율성에 대한 중요한 재무경제학 개념이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이다. 가격은 상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를 빠르게 반영하며, 따라서 그 정보들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넘을 수 없다는 가설이다.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가 처음 주창한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파마는 정보의 범위에 따라 3가지 가설로 구분했다.

첫 번째로 약형효율적 시장(weak-form efficiency market)은 과거 가격정보 또는 과거 수익률 정보가 현재 가격에 모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거의 정보로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약형효율적이라고 한다면, 국내 주식시장 과거 거래 정보인 차트 정보를 가지고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조직적으로 누구나 돈을 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준강형 효율적 시장(semi strong-form efficiency market)은 공식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 이를 테면 주가 자료, 기업 회계자료, 애널리스트 리포트 등을 기초로 한 거래에 의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을 말한다. 실증 분석에 의하면 주식 시장은 약형과 준강형 효율적 어디엔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강형 효율적 시장(strong-form EMH)은 공식적인 정보, 그리고 내부정보 등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가 현재 가격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정보로도 초과수익을 실현할 수 없는 시장을 말한다.

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주식시장, 또는 미술품 경매 등의 시장이 효율적인 시장인지 아닌지, 그리고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필자는 ‘국내 예술품 경매시장의 약형 효율성 검정’ 논문을 통해 국내 예술품 경매 시장이 약형 효율적인 시장인지, 아닌지를 실증 분석했다. 이는 즉, 만약 국내 예술품 경매 시장이 약형 효율성 시장이라면 과거 경매 낙찰가, 추정가와 같은 과거 가격 데이터가 현재 작품 가격에 모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과거 가격 데이터를 가지고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만약 약형 효율성 시장이 아니라면,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면 과거 가격 데이터를 가지고도 유의미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국내 예술품 경매 시장이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면, 미술품 과거 가격 데이터는 초과 수익을 실현을 위한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과연 국내 예술품 경매 시장은 약형 효율성 시장일까, 비효율적인 시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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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rjy1524@artfinancegro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