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5일 서울경제신문은 닛케이아시아 보도를 인용하여 중국 상하이가 전세계에서 카페 수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상하이의 카페 수는 6913개로 도교와 런던을 제치고 가장 많았으며, 내년에는 중국의 커피 시장이 26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한해 평균 마시는 커피는 10잔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약 15억명에 이르는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실제 커피를 소비하는 양은 굉장히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의 국내의 성인 1인당 커피소비량은 현대경제연구원과 KB경영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연간 353잔이라고 한다. 이것은 전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의 약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구별 지출은 2014년 7,587원에서 2018년 15,815원을 기록하여 5년 동안 108%가 넘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금액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의 증가는 세계 커피시장 전문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2019년 유로모니터는 세계 각국의 2007년과 2018년 커피숍 시장규모와 원두 및 믹스커피 제품 시장규모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숍 시장 규모는 2007년 6억 달러에서 2018년 43억 달러(추정)로 급증하였으나 원두 및 믹스커피 제품 시장은 2007년 11억 달러에서 2017년 19억 달러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커피숍 시장은 세계 3위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7년까지는 커피숍 보다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원두나 믹스커피를 구입하여 커피를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였으나 2018년에는 커피 소비가 대부분 커피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커피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한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커피숍 시장규모는 32억(2007년)에서 40억(2018년 추정)으로 약간 증가하였고 원두나 믹스 커피를 구입하여 마시는 시장도 37억(2007년)에서 44억(2018년 추정)으로 여전히 많은 것을 보아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COVID19 발발 이후, 5인 이상 모임하지 않기, 저녁 9시 넘어 영업하지 않기 등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하여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는 커피음료점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국세청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2월 말에는 전국 ‘커피음료점’ 사업자등록 수가 오히려 2019년 2월 대비 15.5%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점도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패턴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커피숍으로 완전히 변하였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최근 커피음료점은 일반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에서 고급 기술을 이용하여 스페셜티한 커피 맛을 내려는 전문커피점으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이나 일부 프랜차이즈들에서 저렴한 커피가 판매되면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된 일반 카페들이 차별화를 위하여 카페 컨셉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나 직장 주변을 벗어난 곳에서 커피를 마실 때 그냥 길거리에 있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보통은 표준화된 맛을 제공하는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거나 맛집 검색하듯이 SNS 등을 검색하여 찾아간다. 이제는 평범한 커피 맛으로는 전문커피점이라고 SNS에 이름을 올려 추천을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 기후변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원산지에서의 커피생두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라 커피음료 가격도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커피 보다는 가격 저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가의 스페셜티급 커피를 다루고자 하는 전문커피점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스타벅스가 일반 커피를 다루는 매장과 차별화하여 주로 스페셜티커피를 판매하는 리저브 매장을 개설하기 시작한 이래 스타벅스는 2019년 5월 현재 전국 47곳에 세계 최다 리저브 매장을 두고 있다. 블루보틀 등 해외 유명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이 국내에 들어 오기도 했고 국내 토종 브랜드의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도 속속 개점되어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이 국내 카페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티커피 전문 매장은 일반 커피점과는 몇가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첫째, 일반 커피점은 들어서자마자 눈에 잘 띄는 곳에 다양한 음료의 메뉴 이름들이 적힌 간판이 배치되어 있다. 고객이 쉽게 음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스페셜티 전문 매장에는 음료 메뉴에 사용할 커피원두의 종류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각 원두의 특성과 향미를 적은 작은 카드를 보여주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각 원두의 특성과 향미를 비교하면서 꼼꼼히 읽고 주문을 한다. 때로는 전문 도우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런 매장을 방문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그 매장이 굉장한 전문 커피매장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물론 가격은 일반 커피점보다 많이 비싸다.


연희동의 카페 ‘프로토콜’
연희동의 카페 ‘프로토콜’
둘째, 커피를 만드는 공간이 다르며, 직원과 고객과의 관계 설정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 카페는 음료제조 공간이 고객과 분리되어 있어 음료 만드는 과정을 고객이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또한 직원과 고객의 접점은 대부분 주문을 받을 때와 완성된 음료를 내어줄 때만 이루어진다. 이와 달리,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은 주문하기 전부터, 때로는 음료를 주문하면서, 원두에 대한 질문을 주고 받으며 교류한다. 대부분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이 오픈되어 있어 고객이 바로 앞에서 제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음료와 원두에 대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음료 주문에서부터 제조 및 완성된 음료를 제공받는 전 과정에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고객은 특별히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그런 경험을 해 본 고객은 단골 손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희동 프로토콜 카페, 컬러드빈
연희동 프로토콜 카페, 컬러드빈
셋째, 일반 카페는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기 보다는 이미 볶아진 콩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스페셜티 전문매장은 거의 대부분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여 판매하는 로스터리카페이다. 여러 종류의 생두를 선별하여 구입한 후 각 생두의 특성과 향미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로스팅하고, 갓 로스팅된 원두를 이용하여 음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로스터리카페는 생두 구입부터 로스팅, 음료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다루어야 하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운영할 수가 없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트렌드모니터의 2018년 조사에 의하면, 1,000명의 응답자 중 약 66.3%가 2014년 대비 커피 브랜드별로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고급커피를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스스로 입맛이 점점 고급화되어 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늘어났다. 또 다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대형커피전문점은 과거보다 이용빈도가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형커피전문점은 이용빈도가 더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형커피전문점 보다 소규모의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을 더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커피숍 시장 규모가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정 보다는 카페에서 훨씬 많이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또한 여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는 맛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커피의 맛을 만들어내고 서비스할 수 있는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커피 맛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커피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향은 커피생두 선별 및 구입부터 로스팅, 추출,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고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단순히 커피머신 조작법과 커피를 추출하는 기술을 넘어서서, 커피 전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 양성에 더 큰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커피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이론적 정립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정책 및 연구기관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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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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