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 힌남노까지 침수피해를 야기한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 침수차가 유입될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당사자간 거래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1만2000천대다. 또 이날 오전 10시 기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접수된 차량은 5887건이다. 힌남노로 인한 피해 접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피해 차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연달아 발생한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 침수차가 유입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 침수차 피해 방지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일부 중고차 매매업자가 침수차를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차량들. / 서울오토갤러리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차량들. / 서울오토갤러리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침수차 불법유통 방지 방안’을 마련해 ▲침수 이력관리체계 전면 보강 ▲침수 사실 은폐에 대한 처벌 강화 ▲침수차 사후 추적 적발체계 구축 ▲침수기준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 침수차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이하 자차)에 가입돼 있지 않은 차량을 수리해 유통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보험 가입자 중 70%만이 해당 특약에 가입돼 있다. 해당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30%의 차주 중 일부가 분손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분손 차량이라는 것을 공지하고 판매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를 속이고 판매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침수차는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카히스토리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이를 소비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판매해 피해가 발생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커뮤니티 등을 이용한 당사자 간의 거래다. 개인이 개인에게 차량을 판매할 때 규정대로 판매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침수차인지 고지 하지 않고 속여 판매하고 제대로된 성능기록부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장 딜러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어 당사자간 거래를 할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보험처리가 된 침수차의 경우 보험 이력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모르고 구매할 수 없다"며 "문제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침수차를 침수차라고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침수차량들. / 서울오토갤러리
침수차량들. / 서울오토갤러리
그러면서 "정비업체에서 차량을 수리한 이력을 국토부에 전송하고 있다"며 "현재 시스템 상으로 침수차가 유통이 되더라도 이를 속여서 팔거나 모르고 구매하거나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당사자간 거래다"며 "침수차인지를 알리지 않고 속인 상태로 판매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역시 "정부에서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고차 사업장에서 침수차를 속이고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면서 "불법적으로 침수차를 유통하는 것은 당사자간의 거래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고차 거래의 30% 정도는 당사자간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며 "당사자간 거래에서 침수차인 것을 충분히 속일 수 있다. 여기에 위장딜러들도 개입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속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정부에서 침수차 관련 규제를 강화하긴 했으나 당사자간 거래와 관련해서는 헛점이 많다"며 "이를 보완한다면 침수차 피해 우려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