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에서 내년 3~4월 사이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등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새 변이에 대응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주사형태를 넘어 코로 흡입하는 ‘비강형’ 백신부터 코로나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가 있는 범(凡) 코로나 치료제까지 다양한 유형의 약물들이 연구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관련 업계와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체한 포럼에서 올해 겨울과 내년 봄을 기점으로 재유행이 진행되고, 특정 변이가 우세종으로 급부상할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분석에 따르면 특정 변이의 우세종 유지 기간이 10~14주 정도, 우세화가 진행되는 시기가 6~8주 정도, 그리고 정점과 정점 사이의 거리가 10주에서 22주 정도 된다"며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 4월 정도 사이에서는 충분히 재유행이 진행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이 신종 변이로 인한 재유행을 대비해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중국 제약사 캔시노 바이오로직스 흡입형 코로나 백신이 자사 보건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해당 백신은 지난해 2월 승인받은 캔시노 ‘콘비데시아(Ad5-nCoV)’ 백신의 흡입형이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인도 바이오기업인 바라트바이오테크가 비강용 코로나19 백신후보 ‘BBV154’가 임상3상에서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했다며 현지 규제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만약 BBV154가 승인된다면, 올해 4월 러시아 정부로 부터 인정받은 비강형 백신 ‘스푸트니크V’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승인된 비강형 백신이 될 전망이다.

크리슈나 엘라 바라트바이오테크 CEO(최고경영자)는 "근육 주사 백신을 맞고도 돌파감염을 당하는 사례가 많지만 비강 내에 투입하는 백신은 주사형에 비해 호흡기 바이러스로부터 강한 면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비강을 비롯해 몸 전체에 면역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바라트바이오테크는 지난해 10월 임상2상을 마쳤고, 올해는 비강형 백신을 비롯해 새로운 변이에 대응 가능한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인도에는 기존 델타변이에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합친 ‘델타미크론’ 변이가 출연해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는 상태다.

다만 연구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바라트바이오테크가 DCGI(인도의약품관리국)에 제출한 임상 결과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 백신 성공 여부를 정확히 알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비강형 백신이 기존 주사형 백신보다 효과가 낮다고 판단한 바 있다. 두 회사는 해당 백신들이 물류와 관리 및 복용 측면에서 편리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체내 면역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비강형 백신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먹는 백신도 개발 중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백사트는 지난 1일 자사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백신후보 ‘VXA-CoV2-1.1-S’가 임상2상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 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경구용 백신으로 임상2상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사트 관계자는 "기존 mRNA 백신과 비교해 오미크론과 기타 변종 바이러스에 더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안전성과 내약성 모두 우수하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알라바마대학교버밍엄(UAB) 연구팀이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를 포함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및 몇몇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항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보편적으로 활성을 갖기 위해서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S2 줄기 영역을 표적으로 한 항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베타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하는 4가지 속(屬) 중 하나다.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가 포함된 사베코바이러스가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아속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회복기 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식별한 스파이크 단백질 S2 부위와 유사한 맞춤형 S2 단백질을 만들어 인체단일클론항체(hmAb) ‘1249A8’을 만들었다. 1249A8의 동물실험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4일이 지난 생쥐의 비강에 약물을 투여했을 때 폐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미국 바이오기업 아리디스 파마수티컬스에 해당 기술을 이전, 아리디스는 1249A8을 이용한 코로나19 칵테일 항체 치료제 후보 ‘AR-701’을 개발 중이다.

현재 AR-701는 비강으로 투약하는 흡입형 제제로 연구되고 있으며, 한 번 투약 시 약효과는 1년간 지속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아리디스는 AR-701에 대한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시험승인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열풍은 사실상 한풀 꺾였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도 포스트 화이자, 모더나를 꿈꾸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들의 혁신적인 도전은 응원하지만 가끔 전문가들이 볼 때 엉뚱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기업에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의가 당부된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기자 simali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