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핵심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소위 빅테크가 있다. 빅테크가 인공지능 부문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꼽는다. 막대한 사용자를 모은 빅테크가 사용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엄청나게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모여 빅데이터가 되니 자연스레 인공지능도 발전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잘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중요하다고 믿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학습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 승기를 거머쥔 이유가 아닐까.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고 해서 빅테크의 인공지능이 완벽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딥러닝과 같이 복잡한 알고리즘 기반 추론에서 발생하는 ‘롱테일 문제’가 대표적인 한계다.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학습 데이터에, 발생 가능성이 낮아 포함 안된 데이터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

딥러닝은 자신이 가진 데이터 내에 새로운 것을 편입시키는 것(interpolation)에는 능하지만 자신이 얻은 지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정보를 마주한 추론(extrapolation)에는 약하다. 눈 오는 날 고속도로에 뿌린 소금을 차선과 헷갈려 자율주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테슬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스타트업도 분명 인공지능을 잘 할 수 있다. 딥러닝에 데이터를 무작정 양적으로 쏟아 넣는 것이 답이 아니다. 서비스가 라이브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업데이트를 할지 프로세스를 설계한다면 오히려 훨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정 도메인에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에게는 롱테일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할 기민함이 있다. 적당한 사이즈의 투자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만 정확히 인식한다면 금상첨화다.

인공지능이 빅테크의 전유물이라고 손사래 치는 기업 대부분은 정작 인공지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없이 투자 의지의 부재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많고 똑똑한 인재를 보유하고도 인공지능에 능하지 못한 회사가 많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사용자가 데이터 소유권을 가지고 개발자와 데이터, 프로토콜과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이루는 웹3 시대에는 전례 없는 방식의 데이터 활용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인공지능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인력을 나눠서 부담하고 서로의 자원과 기술을 공유해 집단 지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공지능 네트워크의 목표다.

금광에 금이 널려 있다는 것을 알아도 채굴 장비와 사람이 없다면 그 누구도 금을 캘 수 없다. 인공지능의 가치를 ‘캐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몫을 가지고 가장 편안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웹3 시대다. 다른 사람보다 주체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이들의 세상인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 kimminhyun@comcom.ai
블록체인 기반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 커먼컴퓨터의 대표다. 구글에서 7년간 일한 후 'The Internet for AI'를 목표로 커먼컴퓨터를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 관련 자문, 멘토 외 트레바리 등 각종 강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