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는 6월 삼성전자에 공급하던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LCD 관련 특허는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차이나스타(CSOT)에 전량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공급 중단은 삼성전자에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표면적으로는 LCD 패널 수급에 난항을 겪을 듯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패널 공급망이 안정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CSOT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려보다는 호재가 더 크다는 것이다.

15일 외신과 디스플레이 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관련 577개의 미국 특허를 6월 CSOT에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2000개에 달하는 LCD 특허는 모두 CSOT로 이전됐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네오 QLED 98인치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네오 QLED 98인치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CSOT는 중국 TV 제조사인 TCL의 자회사다. 과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처럼 디스플레이-TV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TCL, CSOT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TCL은 삼성전자의 QLED TV 노선에 합류하며 올 상반기 TV 시장 점유율에서 LG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TCL은 경쟁자인 동시에 OLED 노선의 LG전자를 견제할 든든한 동맹 관계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4월 쑤저우 LCD 생산법인인 삼성 쑤저우 모듈(SSM) 지분 100%와 삼성 쑤저우 LCD(SSL) 지분 60%를 CSOT에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각 대가로 CSOT 지분 9500억원 어치와 자회사 CSOSDT 지분 4500억원 어치 등 총 1조 4000억원쯤의 지분을 확보했다. 6월 특허 매각 건의 경우 지난해 있었던 지분 확보 건과 마찬가지로 양사 간 협력 지속과 동시에 안정적인 LCD 패널 공급처 확보 등을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대 경쟁자로 지목받는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를 겨냥하기 위한 조치다"며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미국 특허를 보유한 CSOT는 중국 내에서 BOE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CSOT 간 관계 덕에 TV용 LCD 패널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급격히 치솟은 LCD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간다. 연간 5000만대에 가까운 TV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협상력이 다시 높아졌다.

LCD와 OLED 패널의 가격 차이도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LED 기반 QLED에 힘을 준 삼성전자의 결단에 긍정적 기류가 흐른다.

55인치 4K 해상도 LCD와 OLED 패널 평균 가격은 올해 2분기 4.8배 격차를 보이면서 2021년 2분기(1.8배)와 비교해 두배 이상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보면 2022년 상반기 QLED TV 판매대수는 16.3% 증가한 반면, OLED TV는 18.19%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제조원가의 압박을 받는 OLED 진영과 달리 QLED가 다시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LCD 가격 하락 추세와 TV 수요 부진 영향에 삼성전자는 LCD 패널 수급 안정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소문의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