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게임을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한 메타버스 특별법과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법도 제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게임을 철저히 ‘구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메타버스 산업을 확실히 육성하기 위해서다.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 핵심 기술이자 미래의 중요한 발전의 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간단한 방법 대신 복잡한 방법을 선택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은 영향이다. 2001년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는 경품성 상품권을 허용하면서 도박형 게임장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수 많은 피해자가 도박에 빠져 빚을 지고 가정파탄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법에는 ‘환금성 금지’가 포함됐다.

그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환금성 금지로 당장 피해를 입은 건 플레이투언(P2E) 게임이다. 국내에선 서비스가 불가하다. P2E 게임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환전할 수 있는 가상화폐 등의 재화를 얻는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는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용 과정에서 가상화폐 등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간주하면 환금성 금지로 메타버스 내 경제활동이 막힌다. 메타버스와 게임 구분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둘의 구분은 어렵다.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꼽히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는 원류가 게임이다. 이들 서비스를 하는 기업도 자신들의 서비스가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게임 규제를 개선해 메타버스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 특별법은 비게임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원하면 된다. 메타버스는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 SNS도 메타버스고, 온라인게임도 메타버스다.

하지만 정부는 환금성 금지 같은 규제 개선 대신 빙 돌아가는 복잡한 방법을 골랐다. 메타버스를 게임과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고, 관련 용어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메타버스 특별법을 제정한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업계에 남긴 트라우마가 깊다는 것은 이해한다. ‘메타버스 게임’은 어떻게 구분할지 기대된다. 차라리 사행성을 견제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낡은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트라우마 때문에 복잡한 방법을 선택했어도 규제 형평은 맞춰야 한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것과 마찬가지다. 규제에 형평성이 없다면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 문화생활·금융·의료 등 현실 서비스가 연계된 것과 문화생활·금융·의료 등 현실 서비스가 연계된 플랫폼에 게임 요소가 들어간 것에 다른 잣대를 대야 한다.

펄어비스의 게임 ‘도깨비’에는 국내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CGV, 올리브영, 공연장 등이 구현된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도 CGV 월드맵 등 현실 요소가 연계된다. 제페토에는 빙그레와 협업했던 ‘슬라임파티’ 같은 미니게임도 있다.

도깨비와 제페토의 어떤 차이점을 보고 다른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환금성 금지가 메타버스 경제 흐름을 막을까봐 빙빙 돌아가는 것보다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라고 본다. 낡은 규제는 메타버스와 게임 두 산업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