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이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1대 주주로 등극한 가운데 쌍용차 부활을 이끌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쌍용차를 이끌 적임자가 마땅치 않아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KG그룹, 쌍용차 등에 따르면 이날 KG모빌리티가 참여한 3자배정 유상증자가 단행됐다. 이를 통해 KG그룹은 KG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쌍용차 지분 61.86%를 21일자로 취득하게 되며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KG그룹이 쌍용차 1대 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쌍용차 부활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상황에서 쌍용차 미래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표이사 선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가 선임돼야 예산 확보를 위한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원 쌍용자동차 관리인. / 쌍용자동차
정용원 쌍용자동차 관리인. / 쌍용자동차
완성차업계에 쌍용차 차기 대표이사 인사를 두고 내부 승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차기 대표이사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시절 공동관리인을 맡았던 이유일 전 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라선 전례가 있어 정 관리인의 승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정 관리인은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정 관리인은 유연한 성품으로 바탕으로 법정관리 상황의 쌍용차를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 영입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동관리인에서 대표이사가 된 이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 해외법인 사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예병태 전 사장 역시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낸 현대차 출신이다.

다만, 내부승진과 외부영입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정 관리인에 대해서는 조직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이하 M&A) 직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정 관리인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 정 관리인 외의 내부인사 중 쌍용차 부활을 이끌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부영입의 경우 쌍용차 정상화 성공사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출신인 이 전 사장과 예 전 사장은 코란도, 티볼리 시리즈를 앞세워 판매량 증진 등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쌍용차가 또 다시 법정관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CEO가 대다수인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출신 인사 영입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회장에 취임한 곽재선 KG그룹 회장.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회장에 취임한 곽재선 KG그룹 회장. / 쌍용자동차
일각에서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직접 등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수의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곽 회장이 직접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300억원 추가 투입 및 내부 결속 행보 등이 쌍용차 구성원에게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곽 회장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 쌍용차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만약 쌍용차 정상화가 더딜 경우 곽 회장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을 만들고 있다"며 "쌍용차는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 대표이사가 선임이 돼야 정상화 관련 예산 확보 행보를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곽 회장의 직접 쌍용차 대표이사를 맡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쌍용차 정상화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숱한 M&A 성공사례를 남긴 곽 회장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관리인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의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연한 성격인 정 관리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대표이사가 됐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내부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대차 출신 영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며 "타 완성차업체의 인사를 영입하기도 애로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KG그룹 관계자는 "아직 인사에 대해서 논할때가 아닌거 같다"며 "이사회가 구성이 된 이후 인사를 논의할 것 같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