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ESG 개념을 다르게 또는 어렵게 보는 가운데도 일부 기업은 메타버스와 ESG의 다양한 융합 사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높인다.

메타버스. / 픽사베이
메타버스. / 픽사베이
각종 온라인 활동은 메타버스에서 ESG를 실천한 셈

20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기업이 코로나 대유행 시기와 같이 재택근무나 화상회의를 시행하면 출퇴근 및 출장 등에 따른 이동이 감소해 세계 원유 사용량이 일일 100만~15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 상황만으로도 ESG의 주요 항목 중 환경과 사회 요소를 해결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활동이 메타버스에서 ESG를 실천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NS와 지도 앱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서비스는 메타버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대원 서강대학교 메타버스대학원 원장은 "메타버스를 꼭 ‘아바타로 접속하는 플랫폼’ 같이 거창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며 "재택근무로 출퇴근에 드는 자원을 절감하는 것은 환경(E), 출퇴근 시간을 여가 등에 활용하는 것은 여가 친화 경영인 사회(S)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확대하면 알서포트와 같이 화상회의 솔루션이나 업무 협업툴을 제공하는 기업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역시 메타버스ESG를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NTT도코모, 화웨이, 레노버, 도시바 등 글로벌 기업은 원격근무를 위해 알서포트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알서포트는 현재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보다 직관적으로 메타버스ESG를 실천하는 사례도 많다. 두나무가 대표적이다. 두나무는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2ndblock)’을 통해 산림청과 올해 5월 경북 산불 피해지역에 1만260그루의 나무를 심는 활동을 펼쳤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가 세컨블록에서 가상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피해지역에 실제 나무 두 그루를 식수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K-ESG 가이드라인의 사회(S) 영역 중 지역사회 범주에 해당한다. 또 환경 영역(E)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포함된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펼치는 활동도 비슷하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이프랜드에 뮤지컬·댄스·밴드공연·힙합 등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컬처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4월에는 국립극장이 이프랜드에 개관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줄어든 문화예술업계에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다. 사회공헌(S)이다.

온라인에서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활동도 메타버스ESG 융합사례로 꼽힌다. 두나무가 세컨블록에 구현한 청소년 탄소중립 교육 프로그램 ‘두나무 그린리더’를 예로 들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체감은 환경(E), 미래세대 성장 및 교육에 기여한 점은 사회(S)다.

한국 코카콜라가 2021년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오픈한 ‘코카-콜라 원더플 아일랜드’도 환경(E)을 위한 미래세대 교육(S)이다. 코카콜라는 메타버스에서 투명 음료 페트병의 재활용 과정을 소개했다. OX퀴즈로 분리배출법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메타버스 특성 활용한 ESG 융합도 가능

메타버스 특성을 ESG의 각 요소에 결합한 융합 사례도 많다.

먼저 메타버스의 ‘가상’에 초점을 맞춘 ESG 융합 사례는 CJ ENM의 버추얼 프로덕션(VP) 스튜디오다. CJ ENM은 VP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현지 촬영을 위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VP 스튜디오는 허공에 연기해야 하는 크로마키 촬영보다 현장감 있는 연기를 가능케 하는 동시에 환경(E)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이식하는 디지털 트윈도 메타버스ESG의 융합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에 건립하는 HMGICS를 메타버스로 구현했다. 현대차는 ‘HMGICS 메타팩토리’로 실제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도 공장 가동률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공장 가동에 드는 자원을 절감(E)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도 디지털 트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5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훈련 프로그램 ‘스마티’를 도입했다. 스마티는 가상공간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도 디지털 트윈을 도입해 강풍·파도 등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외부 환경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거버넌스(G)에도 메타버스는 활용된다. 온라인 주주총회와 전자투표제 도입은 소수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역할이다. 온라인 주주총회는 SK텔레콤이 2020년 처음 도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온라인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별도 웹사이트를 구축해 온라인으로 사전 질의를 받는 등 현장에 없는 주주들의 질문권도 보장했다.

동부건설은 실시간 의사결정 플랫폼 ‘메타동부’를 경영에 도입했다. 메타동부로 의사결정을 간소화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MZ세대 구성원과의 소통으로 기업문화를 쇄신한다는 구상이다. 또 동부건설은 메타동부에 실제 사옥과 유사하게 구성된 가상 업무공간, 현장과 신속한 소통을 위한 현장 가상 오피스도 마련했다.

인공지능(AI) 전문기업 업스테이지나 가상 오피스 기업 오비스 사무실 없이 100% 원격근무를 하는 기업은 온라인 정보 공유로 투명경영(G)을 실현한다. 업스테이지는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오비스는 임직원 외에도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근무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ESG를 메타버스에 접목하기도

메타버스를 ESG에 활용하는 것과 반대로 ESG를 메타버스에서 이행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가 그 예다. 더 샌드박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NFT 레이어 솔루션 ‘폴리곤’으로 네트워크를 이전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운영할 때보다 최대 100배 적은 에너지로도 운영이 가능해졌다. 더 샌드박스는 2021년 NFT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탄소배출권도 획득했다.

메타버스의 원자재 역할인 데이터에도 친환경을 접목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가 오가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접목하면 친환경 원부자재 사용(E)으로 볼 수 있다. 개별 기업이 서버를 각각 운영하는 것보다 IDC를 통하면 탄소배출·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IDC에서도 ESG 실천을 위해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린 IDC’ 혹은 ‘그린 데이터센터’로 불린다.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도 그린 IDC에 활발하게 투자 중이다. 네이버는 2013년 IDC ‘각’을 친환경으로 설계했다. ‘각’은 2019년에만 이산화탄소 97톤을 절감했다. 카카오도 안산에 그린 IDC를 건립 중이다. 카카오는 또 서울대와 올해 4월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친환경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클라우드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초거대 데이터센터 ‘가산 IDC’를 설립 중이다. KT클라우드는 가산 IDC에 에너지 절감 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도입 등으로 ESG를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조선미디어그룹 테크놀로지 전문미디어 IT조선은 ‘2022년 메타버스ESG 대상’에 참여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지방공기업, 기업을 모집합니다. 메타버스ESG 대상은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환경(E),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기업과 기관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IT조선 행사 안내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