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차세대 배터리 공정인 '셀투팩(CTP, 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한다. 니켈 비중이 60% 이상인 ‘하이니켈 파우치형 배터리’에 CTP 공정을 적용하는 건 배터리 업계 최초다.
CTP 기술 적용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공통된 과제 중 하나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CTP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통해 미국, 유럽에서 완성차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자사 파우치형에 CTP 기술을 탑재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CTP는 배터리 팩 내 모듈의 비중을 줄여 더 많은 배터리 셀을 팩 내부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팩을 배터리 셀에 가깝게 만들어 기존 배터리 설계보다 동일 부피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보유하면 더 긴 주행거리를 가질 수 있다.
CATL은 무겁고 부피가 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CTP 기술을 적용해왔다. 최근에는 1회 충전에 1000㎞를 주행하는 'CTP 3.0 기린(Qilin)' 배터리의 2023년 출시 계획을 알렸다. 삼원계(NCM)와 LFP 모두 적용 가능한 이 배터리로 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목표다.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인 K배터리에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전무)는 20일 이차전지 컨퍼런스 'KABC 2022'에서 "2025년까지 파우치 배터리에 CTP 공정 기술을 적용하겠다"면서 "현재 팩 안의 배터리 셀 차지 비중은 50%쯤에 그치지만 CTP를 적용하면 70%까지 공간 활용도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삼원계(NCM) 기반의 하이니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LFP 배터리보다 가벼워 효율이 뛰어나다. CTP 공정을 적용하면 무게를 더 낮출 수 있어 전비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니켈은 98% 함량이 기술적 최대치이기 때문에 CTP 기술 적용 등 공정 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이 새롭게 떠오른다"며 "K배터리가 CTP 기술 적용은 물론 LFP 배터리까지 생산이 가능해지면 완성차 고객을 위한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K배터리 3사의 매출 합계를 뛰어넘었다. CATL은 매출 130억달러(18조 856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반면 K배터리 3사는 총 108억 9000만달러(15조 1447억원)로 CATL 보다 3조원쯤 못 미쳤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