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 지회)가 실력행사 돌입을 예고했다. 임단협 협상에서 사측이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쟁의권 행사에 돌입한 것인데, 철강업계에서는 철강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위기를 부추기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현대제철 임단협 16차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이번 협상에도 사측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쟁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16차 임단협 교섭 불발 직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파업 준비해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임단협 공동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현대제철 노조. / 금속노조
사측의 임단협 공동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현대제철 노조. / 금속노조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 교섭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차까지 진행된 임단협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5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공동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또 7월에는 합법적 쟁의권도 확보했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상견례도 하지 않고 노조거 일방적으로 진행한 임단협이기 때문에 사측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현대제철 노조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같이 특별격려금 400만원 지급을 하라며 사장실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임단협에 응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단협 교섭이 진행될 경우 특별격려금 문제가 임단협 테이블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철강 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어 정상가동까지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 수요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 빅2인 현대제철의 역할론이 커진 상황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을 현대제철이 상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현대제철 역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까지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철강업계가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외국산 철강제품이 대거 유입돼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국내 철강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해 연계된 산업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포스코의 위기는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코가 멈췄으면 빅2인 현대제철이 이를 상쇄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철강산업의 위기를 더욱 부추는 것이며 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제철까지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철강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중국산 철강제품이 밀려들어 올 것이고 조선 후판도 중국·일본 등에 빼앗길 것이다. 강판이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수출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업계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 줄 알면서도 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예고 파업이 아닌 게릴라성 파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사측에서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철강제품 재고가 있기 때문에 당장 수급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