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한국에서 경쟁보다 동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2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2’ 현장에서 만난 황 디(Huang Di) 한국화웨이 엔터프라이즈(EBG) 사업부문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EBG 사업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EBG는 컴퓨팅, 클라우드,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황 디 한국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20일 태국 방콕 ‘화웨이 커넥트 2022’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 공동취재단
황 디 한국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20일 태국 방콕 ‘화웨이 커넥트 2022’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 공동취재단
2005년 화웨이에 입사해 중국과 일본 등에서 비즈니스를 맡았던 황 부사장은 2021년 5월쯤 한국에 왔다. 그는 "화웨이는 한국에서 스토리지나 와이파이6 등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인정받았다"며 "본사에서 개발한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 그대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현지 상황에 맞춰 프로그램을 변형하고 개선시켜 발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전 산업의 ‘디지털화’를 강조하며 EBG 사업에 힘을 싣는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등 주요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EBG 만큼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화웨이의 EBG 사업 수익은 81억 7000만달러로 2021년보다 27.6% 증가했다.

전 세계 IT 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이 화두인 가운데 황 부사장에게 한국 시장에서의 EBG 사업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웨이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화웨이는 전체 사업에서 EBG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한국 역시 EBG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ICT 강국인 한국은 5G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B2C와 B2B 시장에서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많다.

화웨이는 이미 한국 시장에 들어온지 오래 됐고, 고성능 스토리지인 ‘도라도(Dorado)’와 와이파이6 솔루션 등을 통해 한국의 많은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앞으로도 데이터 스토리지나 IP 네트워크, 광전송 등 다양한 혁신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처럼 ICT산업이 발전한 시장에 참여해 화웨이의 혁신적인 제품가 솔루션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향후 2~3년 안에 한국화웨이 전체 매출 중 EBG 비중을 50%로 올리고, 핵심 사업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국 시장에 이미 IBM이나 레노바 등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화웨이의 전략은 무엇인가.

화웨이는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10만명의 R&D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R&D 투자액은 224억달러(31조원)다. 지난 10년간 화웨이의 R&D 투자액은 총 1325억달러(188조원) 규모다. 이같은 투자로 커넥티비티, 컴퓨팅, 클라우딩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화웨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트너사와 협력해 산업 시나리오에 알맞은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함께 12개 산업 분야에서 100개쯤의 시나리오 기반 솔루션도 개발했다. 우리는 이 솔루션을 그대로 한국 시장에 입히는 게 아니라 현지 시장에 맞춰 프로그램을 변형하고, 개선해 발전시키고자 한다.

-미국 무역 제재 영향으로 화웨이는 일부 부품을 미국에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한국 기업들이 화웨이를 기술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해 출구 전략이 있나.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일부 부품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사업 지속성을 높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화웨이는 ‘사업 지속성 관리(BCM)’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상품의 개발, 공급, 출시까지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부품 수급에서부터 고객 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한다.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한국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 시장에는 어떤 수요가 있고, 구체적인 화웨이 제품 및 솔루션 이용 사례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 넘었는데, 처음 왔을 때 많은 기업 고객과 파트너들이 화웨이가 보유한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모르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화웨이 EBG의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하는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말할 수 없지만, 한국의 한 제조기업은 화웨이 스토리지를 도입해 안정적인 제조 공정에 이용 중이다. 또 유명 물류 기업은 화웨이 와이파이6를 이용해 지능형 캠퍼스를 구현했다. 이외에도 화웨이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DCI,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솔루션) 제품은 간단한 운영과 유지보수, 넓은 통신 대역폭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ISP 기업 데이터센터간의 효율적이면서도 유연한 상호 연동을 실현해 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안’이 중요한데, 화웨이는 이를 어떻게 다루나.

보안은 기술적 관점에서 다뤄야지 정치적인 관점에서 다뤄서는 안된다. 제3자 및 독립 기관을 통한 사이버 보안 검증이 필요하고, 검증에는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웨이는 지난 30년간 전세계 인구 3분의 2를 대상으로 170개쯤 국가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사이버 보안 문제나 프라이버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사이버보안에 대해 훌륭한 실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R&D 예산 중 5%를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영국과 독일 , 벨기에 등에 사이버보안 센터를 설립 및 운영하는 등 사이버보안에 관한 신뢰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성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화웨이는 글로벌 ICT 인프라 제공자로서 한국 고객들의 디지털 전환 성공을 위해 제품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관련 한국 고객들에게 에너지 효율장치, UPS, 스토리지, 전송장비 등 혁신적인 제품 및 솔루션 공급에 집중한다.

방콕=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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