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시는가. 당시 데뷔 앨범이 20만장이나 팔렸었다. 인기를 끌다 보니 동생 류시아까지 등장했다. 물론 실제 음성까지 사이버는 아니었다. 목소리는 진짜 가수 목소리였다.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하지 않았던 때라 당시 류시아의 모델이 됐던 연예인은 최근 모 방송에 나와, "류시아 얼굴을 만들 때 내 얼굴을 석고로 본 뜨고 CG 작업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다양한 가상인간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국내 1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사람보다 인기가 많다. 가수 데뷔에, 신한금융그룹 모델 등 광고 계약만 10건에 달하고, 여기에 연기까지 한다고 한다.

가상인간의 인기를 두고 나오는 분석들은 대충 이렇다. 감정이 없고, 진짜 사람이 아니라 피곤함을 느끼지 않으니 활동의 제약도 크지 않아 이곳저곳 러브콜을 흔쾌히 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인간은 또 실제 사람은 아닌지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유롭다. 늙지도 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상 인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찾은 ‘소울픽션 NFT’ 전시 때문이다. 코엑스 근처 NFT 갤러리인 언커먼 갤러리에서 한국 유명 극사실주의 거장인 강형구 화백의 작품을 소재로 한 NFT가 전시됐는데 컨셉이 흥미롭다.

강형구 작가 작품인 ‘화성의 군주'를 NFT화 했는데 구매하고 나면 끝인, 그저 정지된 NFT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활용, 소유자가 챗봇으로 훈련시키면 발전하는 NFT라는 것이다. 실제 전시장 안에서 태블릿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입력하면 거대 화면에 떠있는 이 NFT가 대답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물론 대답하는 수준은 아직 기대 이하이지만 NFT 홀더들이 늘어나고 인공지능을 통한 챗봇 학습 시간과 데이터가 쌓이면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겠구나 싶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런 정지되지 않은 NFT 시도는 소울픽션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Althea(앨시아) AI에서 만든 로버트 앨리스라는 인공지능 NFT 작품은 이미 소더비 경매에서 48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입히면 내재된 지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NFT는 물질적 가치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바램’이라는 노래 한 구절이다. 윤여정 배우가 젊고 매력적인 외모만으로 사랑받은 건 아니다. 그녀가 쌓아온 삶의 궤적들, 위트있는 말들이야말로 그녀의 인기 비결이다. 그야말로 익어 가는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인간의 장점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늙지 않으면서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지 않는 점은 오히려 단점일수도 있다.

가상인간의 NFT를 발행하고 여기 인공지능을 입혀보면 어떨까. 팬들은 그들의 NFT를 소유하고 더 나아가 각각의 데이터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저 팬으로 영원히 늙지 않는 매력적인 외모만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덴티티,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아이덴티티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가상인간은 외모는 늙지 않을 지언정 사람으로서의 매력은 그 사람보다 더 멋지게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 가치는 단순 물질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입고 더 오래오래 지켜질 것이고 말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