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가 수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도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위기에 빠지자 철강수급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우려하는만큼 심각한 철강수급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말 강 생산량은 1685만톤(t)이다. 이는 국내 전체 생산의 35% 규모다. 제품별로 보면 ▲후판 338만t ▲냉연 291만t ▲선재 274만t ▲열연 220만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는 전기강판의 생산량은 85만t이다.

포스코는 3개월 내에 포항제철소를 정상가동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압연 등 후공정 복구 및 재가동 계획을 아직까지 세우지 못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복구 작업. /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복구 작업. / 포스코
현대제철 역시 생산 차질 우려에 휩싸인 상황이다.

현대제철 노조(당진, 인천, 포항, 당진하이스코지회)는 사측이 올해 임단협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며 24일과 25일 8시간 가량 파업을 단행했다. 예고 파업이 아닌 게릴라 파업이다. 이 때문에 작업 조율 문제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측은 상견례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임단협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는 "사측의 교섭 해태와 노동자 탄압을 이겨낸 인내의 시간을 제철 노동자의 분노로 되갚아줘야 할 것이다"는 입장이여서 현대제철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도 28일부터 24시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진제철소 하청업체 노조인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본사의 직접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수해와 노사 갈등으로 국내 철강업계 빅2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철강수급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철강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상쇄가 어렵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제철마저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고객사와 계약을 맺은 물량을 우선으로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두 철강사의 피해를 당장 상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철강수급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철강제품을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두달 가량이다. 상품별로 상이하지만 시장에 약 3개월 정도의 철강제품 재고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으로 인한 피해는 빨라야 연말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및 해외 생산법인 전환 생산,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유 수입 등을 고려하는 등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침수로 인한 철강수급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포스코가 3개월 내 포항제철소 정상화를 목표로 세운만큼 연말 경이면 완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의 경우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생산라인이 아예 멈춰서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 어느정도의 생산량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노조 임단협 교섭 촉구 기자회견. / 금속노조
현대제철 노조 임단협 교섭 촉구 기자회견. / 금속노조
타 철강사들과 협력도 추진 중이다. 당장 증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상화 과정 및 현대제철 노사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족한 부분을 타 철강사가 생산한다면 철강수급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도 복구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여기에 현대제철의 상황도 녹록치 않아 철강 수급과 관련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장에 재고가 있는 상황이며 포스코가 철강수급 대란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고 현대제철도 공장이 완전히 멈춰선 것이 아니다"며 "두 철강사의 피해를 온전히 상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발생한다면 시장에서 조율을 통해 타 철강사가 증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철강업계 전체가 위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케파의 차이, 제품의 차이 등으로 인해 포스코, 현대제철의 피해를 온전히 방어하기는 어렵지만 타 철강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스코의 국내 철강수급 안정화 방침이 착실히 이행되고 현대제철도 노조로 인한 피해를 최소하는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며 "여기에 수입 철강제도 적절히 들여온다면 우려하는 것과 같은 철강수급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