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미국 워싱턴 정가 로비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미국이 공급망 주도권 재편과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미중 신냉전이 장기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사는 향후 대미 로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전망이다.
27일 미국 로비자금 지출 정보를 공개하는 비영리기구 오픈시크릿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2022년 상반기 미 의회 등 로비 자금으로 251만달러(35억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 177만달러(25억원)보다 41.8%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224만달러(32억원)를 올 상반기 대미 로비에 썼다. 2021년 동기(188만달러) 대비 19.1% 늘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진출 이후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가 로비한 이슈는 총 15개로 무역 정책, 환경·슈퍼펀드, 과학·기술이 각각 4개를 차지했다. 로비스트 규모는 25명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육성법에는 법에 따른 보조금 수혜 기업의 중국 및 소위 ‘우려 대상국’ 상대 특정 반도체 제조 공정 투자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담겼다.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후속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미국에서 최대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로비활동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주정부 세제혜택 확대를 위해 2046년까지 텍사스주에 1921억달러(273조원)를 투입해 11개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미 로비 자금으로 372만달러(53억원), SK하이닉스는 368만달러(52억원)를 지출했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251만달러(35억원), SK하이닉스가 224만달러(32억원)를 쓴 만큼 연간 로비액은 70억·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수혜를 받기 위해 미 행정부·의회와의 네트워크 강화는 필수적이다"라며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로비액과 로비스트 고용 규모도 확대될 것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