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대형화 추세에 따라 100인치를 넘나드는 마이크로 LED TV 시장 개화 시점에 전자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110인치에 이어 89·101인치 가정용 TV 판매를 추진하는 가운데, 상업용에만 매진해 온 LG전자도 조만간 가정용 제품 출시로 시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 TV는 가로세로 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하의 LED 소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각각의 LED 칩이 하나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자발광 방식이다. 초소형 LED 칩을 기판에 촘촘하게 배치해야 하는 공정상 한계로 생산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LED 칩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크기나 형태에는 제약이 없다. 기존 LCD 대비 ▲명암비 ▲응답속도 ▲색 재현율 ▲시야각 ▲밝기 ▲해상도 ▲수명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모델이 13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LG 매그니트(MAGNIT)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엄 스피커로 연출한 홈 시네마 전시존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모델이 13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LG 매그니트(MAGNIT)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엄 스피커로 연출한 홈 시네마 전시존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는 IFA 2022에서 136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올레드(OLED) TV 대형화 전략을 97인치로 제한하는 대신 100인치 이상 수요는 마이크로 LED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담당 상무는 3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100인치 이하는 올레드 TV로, 그 이상 크기 제품은 마이크로 LED TV로 시장에 대응하겠다"며 "온전한 한 판으로 옮겨지는 올레드와 달리, 마이크로 LED는 모듈 형태로 옮겨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운송에 있어 좋은 솔루션이다"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자사 마이크로 LED 기술 수준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자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시점을 대비해 준비 중이며,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고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LG전자는 철저히 ‘패스트 팔로워(추격자)’ 시선에서 마이크로 LED TV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TV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마이크로 LED TV 시장 개화 시점도 예상보다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마이크로LED TV 시장 규모를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옴디아는 마이크로LED TV 시장이 2022년 3만대, 2023년 16만 7000대, 2025년 93만 3000대, 2027년 340만대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IFA 2022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 위치한 시티 큐브 베를린(City Cube Berlin) '삼성 타운'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IFA 2022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 위치한 시티 큐브 베를린(City Cube Berlin) '삼성 타운'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성장을 더디게 전망하는 결정적 요인은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21년 출시한 110인치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1억 7000만원에 달하며 89인치와 101인치 제품 역시 1억원대로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조만간 출시할 마이크로 LED TV 가격을 1억원대로 설정했다.

전자업계는 마이크로 LED TV 가격이 소비자가 구매 근접 범위에 들어오기에는 여전히 갭이 크다고 지적한다. LG전자의 가정용 제품 출시 발표도 당장 수요가 있어서라기 보다 없는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5년 내 소비자가 구매 가능한 가격대로 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TV 수요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시장 개화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마이크로 LED TV의 생산성 향상이 지속 이뤄지면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40인치 LCD TV가 처음 출시될 당시 가격이 9999달러였지만 지금은 수백달러에 불과한 것처럼 마이크로 LED TV도 머지않아 그런 시기가 올 것이란 얘기다.

한 부회장은 1일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서 (마이크로 LED)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 공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멕시코, 슬로바키아 공장을 증설했고 89인치와 110인치 같이 나오면 추가 증설을 해야 한다. 기대감을 갖고 봐달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