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화 대출이 높은 게임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고환율로 매출 수익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자칫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외환 차입금 증가와 이에 따라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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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틀만에 연고점 경신…해외 매출 높은 게임사에 호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면서 이틀 만에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주요국 화폐 가치 하락, 급변하는 해외 정세 등으로 연일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환율 상승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 분위기도 엇갈리고 있다.

호재를 기대하는 게임사는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으로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은 대부분 개발 인력에 지출되는 인건비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이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이용자 대부분이 달러 결제를 하고 게임사에 입금되는 정산 금액도 달러로 입금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일수록 높은 환율이 적용돼 기존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해외 게임 시장에서의 매출이 높은 게임사는 넷마블, 크래프톤, 컴투스, 펄어비스 등이다. 올해 2분기 기준 크래프톤의 해외매출 비중이 94%로 가장 높았고 넷마블이 84%, 펄어비스가 81%, 컴투스가 59%로 뒤를 이었다.

외화환산손실 악재될 수도…업계, 상황 예의주시할 듯

반대로 해외 게임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거뒀어도 외화 대출 규모가 큰 게임사에는 외화환산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악재인 셈이다. 외화환산손실은 결산 시점 환율을 평가할 때의 원화금액과 장부상 기입된 원화금액 사이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한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외화환산손실이 크게 증가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인수하며 해외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넷마블의 올해 상반기 누적 외화환산손실은 153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외화환산손실이 3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크래프톤은 83억원, 펄어비스는 49억원, 컴투스는 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외화환산손실이 증가했다.

넷마블을 제외하고 대부분 게임사들의 외화환산손실 규모는 크지 않다. 다만 최근 신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 기업 인수 합병, 게임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은행으로부터의 외환 차입금이 늘어난 게임사의 경우 실적 전반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게임사이 외환환산손실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보다 우선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고있다.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경제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장기적으로 실적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유상감자를 통해 외환 차입금 일부를 상환할 예정이다"라며 "주요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이 있지는 않고 필요할 때마다 거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