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방산부문 뿐만 아니라 상선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발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 모두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미래 선박 기술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매출 비중의 90%는 상선부문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조429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상선 부문의 매출액은 2조1364억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88%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가스선.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가스선. /대우조선해양
반면, 잠수함과 해양구조물 등을 만드는 해양 및 특수선 부문의 매출비중인 308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7%에 불과하다.

이에 현재 주목받고 있는 방산부문 보다는 상선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돼야 대우조선이 글로벌 조선사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한화그룹의 품에 안기게 되면 충분히 상선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체제 하에서 연구·개발(이하 R&D)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지난해 R&D에 722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에 1% 정도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R&D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R&D 투자 비용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추진 소식을 알리며 R&D 투자를 통해 민간상선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 선박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암모니아 추진 선박,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 수소혼소 발전기술,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 암모니아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데 해당 기술들을 상선에 접목시키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상풍력발전시장 선점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해상풍력설치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발전시장에 진출하면 해당 점유율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이 자율운항 선박 분야에서도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라고 불리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을 대우조선의 상선에 접목시키면 자율운항 개발 역량을 한층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본사. / 한화
한화그룹 본사. / 한화
상선부문에서 한화그룹과 시너지가 발현되면 대우조선의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선박 교체수요 및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첨단 기술이 적용된 고부가가치 상선을 판매함으로써 고수익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술 개발, 제품 개발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소, 암모니아, 해상풍력 등 친환경 사업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대우조선, 한화 모두가 지향하는 사업방향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방산 뿐만 아니라 상선부문도 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