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는 서비스가 늘 그렇듯,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역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대의 목소리도 높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불안하다고 보는 대표적 전망은 해당 서비스가 금융정보 부족군인 ‘씬파일러(Thin Filer)’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들이 주 고객층인 만큼, 연체율 발생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고금리·불경기가 지속될수록 이에 대한 부담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 해당 서비스가 빅테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업계 내 마찰요소다. 기존 대형 금융, 카드사 중심의 결제업체와 빅테크간 이권다툼이 논란거리. 카드업계는 "현재 규제 적용 범위가 다른데, 이것부터 조정해야 마땅하다"고 호소하며 빅테크를 경계한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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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 시작

국내에서 BNPL은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가이드라인 삼아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힌 직후, 네이버파이낸셜이 바로 서비스 대상 지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5월에 카카카오페이가, 11월에 토스가 선정됐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라 불린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한다.

일종의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된 업체에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특히 총여신잔액·건전성 관리를 부가조건으로 내세웠다. 고객 대신 지급한 금액의 잔액을 전전분기 총 결제규모의 20% 이하로 제한했다. 또 미회수 금액뿐만 아니라 고객 한도 중 이용하지 않고 남아 있는 금액인 미사용 한도도 자산 건전성으로 분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연체율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주요 서비스 대상을 씬파일러로 잡다 보니, 연체율 발생 가능성이 그 어느 금융 서비스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부채 이슈가 부각되고 있고 결제업체들 역시 이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소액 연체는 결제금액 납부일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연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액이 납부되도록 앱에 알림을 띄우고, 앱 메인 화면에 납부금액을 표기하는 등 고객에게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안신용평가모형(ACSS·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을 활용, 심사결과에 따라 이용자별로 차등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카드가 대표적.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베트남에서 협력을 맺은 티키라는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는 곳"이라며 "다량의 이용자 정보를 보유한 티키가 그들의 이력을 대안 신용평가 모델로 활용해 BNPL 서비스를 승인해주는 식이다"라고 답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될까…"별도 기준 필요" 목소리도

국내에서 BNPL이 핀테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향후 규정 적용에 난관이 예상된다. 핀테크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규제를 따른다. 따라서 카드사는 "소액이지만 신용카드와 유사하게 소비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향후 BNPL이 여전법 규정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소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신 전문 금융회사인 카드사는 여전법뿐만 아니라 자본이나 영업 등 다양한 규제를 받아 족쇄가 많지만, 빅테크는 그렇지 않다"며 "BNPL 서비스가 신 산업이다 보니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는 카드사와 달리 소액 후불결제이고, 별도 수익모델이 없으므로 동일기능·동일규제 대상이 아님을 주장한다. 따라서 전금법 개정안을 통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BNPL 산업에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규제에 있어 카드사와 빅테크가 동일한 규율을 적용받되, BNPL 산업에 대해서는 ‘소액후불결제업’을 도입하는 등 별도 기준을 적용해 규율을 완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미국 역시 시행 초기라, BNPL 서비스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미국은 현재 주나 연방의 대출 관련 각종 법안에 의해 BNPL 서비스가 관리·감독 받고 있다. 이에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BNPL 업체에 카드사에 준하는 규제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히 BNPL 서비스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규제의 도입은 오히려 BNPL 업체에 이익"이라며 "업계가 전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는데, BNPL만을 위한 규제가 만들어지면 오히려 소비자 사이에서 제도권에 들어온 안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퍼져, 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