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팬데믹 기간 중 유동성 장세를 발판삼아 실적을 견인하던 위탁매매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에 신규 서비스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리뉴얼을 쏟아내며 투자자 끌어모으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프앤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8개 상장 증권사(NH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대신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5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789억원보다 30.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거래대금이 줄면서 순수수료이익이 자연 감소했고,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으며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자손익도 증시 급락으로 신용공여 잔고가 하락하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은 8월까지는 양호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9월부터 금리가 급등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 전분기 대비 17.9% 감소해 컨센서스를 28.6%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7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614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11조2827억원을 기록한 뒤 ▲2월 10조952억원 ▲3월 11조796억원 ▲4월 10조8667억원 ▲5월 9조5589억원 ▲6월 8조9092억원 ▲7월 7조2463억원 ▲8월 7조7893억원 등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 연구원은 "이번 3분기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증권업의 이익 체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종료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침체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것이며 거래대금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이 악화하면서 증권사들은 떠나는 개인투자자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차세대 MTS 영웅문S#을 정식 오픈했다. 기존 영웅문S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올 7월 새로운 MTS 엠스톡(M-STOCK)를 출시했고,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시기, MTS 한국투자 앱을 리뉴얼했다. MTS를 개편한 증권사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화면과 서비스 강화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티디아이(TDI)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대표 MTS 앱 9개(키움·KB·미래·삼성·한투·NH·신한·대신·하나)를 분석한 결과 설치 기기 수 대비 월간 활성사용자수(MAU)는 전년 동기 대비 32.9% 감소했다. 하나증권이 25.7%p 빠지면서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출시한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역시 개인투자자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는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해외주식에 대해서만 소수점 거래가 가능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도입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에는 1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를 찾아보기 힘들어 투자자 유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유가증권 상장 종목 중 주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한 종목도 없었다. 4일 종가 기준 50만원을 넘는 종목도 삼성바이오로직스(81만1000원), 태광산업(72만원), 영풍(66만5000원), LG생활건강(63만2000원), 고려아연(59만7000원), 삼성SDI(55만6000원), LG화학(55만5000원) 등 7종목에 그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투자자 유입과 신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도입된 서비스"라며 "기존 서비스를 제공하던 미국 주식은 주당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주식이 많아 실효성이 있었지만 국내 주식은 소수점 거래를 할 만한 주식이 많지 않아 수요가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