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적으로 복지 혜택을 늘리며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린다. 양사는 올해 초 직원 임금을 대폭 인상한 데 이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자기계발 지원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점심시간 동안 유명 가수들의 게릴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두 기업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향상에 공을 들이는 것은 회사의 복지와 처우에 민감한 MZ세대 직원들의 이직 사례를 의식한 영향이다. 실제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천쌀밥집’(SK하이닉스)과 ‘수원갈비집’(삼성전자)의 복지를 비교하며 이직을 고민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의 복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의 복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직원 복지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월 3만명쯤에 달하는 임직원들에게 지난해 성과급으로 기본급 기준 1000%를 지급하며 ‘갓닉’(신을 의미하는 ‘갓’과 하이닉스의 합성어)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성과급만 연봉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 특별 육아휴직과 최고급 리무진 통근버스, 통신비 등을 도입하고, 월 1회 금요일 휴무를 주는 ‘해피프라이데이’부터 개당 250만원에 달하는 명품 의자 제공, 춘천 레고랜드 대관 등 이색적인 복지를 제공했다.

일과 휴식을 한 공간에서 보내는 ‘워케이션’을 표방하며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GXP’(Global experience program)도 신설했다. GXP는 직원 개인 희망에 따라 미국·중국·일본·독일 SK하이닉스 해외 법인을 비롯해 네덜란드 ASML 등에서 5주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직원에게는 항공과 숙박, 렌터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SK하이닉스는 7월부터 9월까지 이천사업장과 청주사업장에서 각각 3번의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김필과 박혜원 등 유명 가수를 초청해 직원들이 점심시간 동안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구성원들이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취지로 콘서트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복지 정책을 펼치며 ‘복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6월부터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으랏차차 D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9월 20일부터 2주 동안 경기 기흥, 화성, 평택 등에 있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한 콘서트, 이른바 ‘점 쉼’ 행사를 선보였다. 행사에는 자우림, 엘리, 거미 등이 참여해 공연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연중 상시 행사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망을 통해 DS부문(반도체 사업)에 100만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를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임직원들은 포인트를 삼성전자 가전제품과 건강식품, 밀키트 등을 구매하거나 호텔이나 레저 시설을 예약할 때 쓸 수 있다.

또 5월부터 정규 사무실 외에 서울, 수원, 대구, 구미, 광주 등에 별도의 근무 공간을 마련해 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근무 형태도 새롭게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직원 복지 강화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영향이 적지 않다. SK하이닉스는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과 복지 혜택으로 업계의 눈높이를 끌어올렸다. 연봉만큼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 대비 처우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9월 초 사내망을 통해 "9월 중이나 10월 초 보상에 대해 정리한 다음 답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발표한 복지는 이같은 보상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존 인재 이탈을 막고 유입을 위해선 복지 확충도 중요한 부분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복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