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근 행보가 매섭다.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한데 이어 4일에는 5년 뒤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를 뛰어넘기 위해 ‘추격자’ 삼성전자가 ‘초격차’로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삼성전자는 30년째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압도적 1위인 TSMC를 뒤쫓는 후발주자다. 선단(Advanced·첨단) 공정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 TSMC 대비 지속 우위를 점해야 고객사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입장이다.
3나노 공정에 선제 도입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기술은 TSMC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2나노와 1.4나노 공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뜻한다. 기존 3D 구조의 ‘핀펫’(fin-fet) 기술보다 반도체의 전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단기간에 TSMC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않다고 본다. 파운드리는 정해진 납기 일정에 약속된 품질의 반도체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신뢰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TSMC는 삼성전자 대비 생산능력과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면에서 우위를 갖고, 세계 큰손 고객을 유치해 파운드리 1위를 지키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4%에 달하며 삼성전자는 16.5%에 불과하다.
하지만 낙담은 이르다. 매출 기준을 선단 공정에 한정할 경우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다. 2021년 10나노 이하 공정 기준 점유율을 보면 TSMC와 삼성전자 각각 6대 4로 추정된다. 선단 공정에서 차근차근 고객 신뢰를 확보한다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 달성도 꿈이 아닐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발판 삼아 2026년까지 파운드리 고객사를 300곳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고객은 100곳 이상으로, 2017년(30곳)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9월 평택캠퍼스에서 "현재 개발 중인 3나노 2세대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4·5나노도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성능이 뒤져있었지만 3나노를 적극 개발하고 4·5나노도 성능과 비용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말 쯤에는 삼성 파운드리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 사장은 "경쟁사의 주요 고객을 어떻게든 삼성 파운드리로 유치해 이기 거나 선단 노드 공정에서 이기는 등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며 "전체 매출 1등이 아닌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