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적자로 어려운 시기를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이르면 올해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조선업계 턴어라운드의 변수로 꼽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 및 현대제철 노조 파업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3분기에 영업이익 8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누적적자는 1조원을 넘어선다.

한국조선해양은 4분기에도 영업이익 14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상반기 적자 폭이 커 연간 실적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한국조선해양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도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내년 연간 영업이익으로 1377억원을, 대우조선은 2026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조선업계 빅3 흑자전환의 배경으로 높은 단가로 수주한 선박의 본격 건조가 꼽히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은 지난해 모두 수주목표액을 초과달성했으며, 올해 역시 목표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선3사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에 나선 바 있다.

조선업계 수주실적이 경영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2~3년 정도가 걸린다. 이에 과거 저가로 수주한 선박들을 털어내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판 가격이 조선업계 턴어라운드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일컫는데 주로 선박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후판 가격은 선박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1년에 두 번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올 상반기의 경우 철광석 등 원자재값 인상으로 후판 가격이 인상됐지만, 하반기 들어 원재자값이 하락하며 후판 가격이 최소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현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t)당 96.32달러(13만5878원)으로 7월말 기준 112.40달러(15만8506원)보다 14.3%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철강공급에 대한 우려가 대두됨에 따라 주도권에 조선업계에서 철강업계로 옮겨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경우 태풍 힌남노로 침수피해를 입어 현재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고로가 정상가동 되고 쇳물의 성분 조정 및 고체 형태의 슬라브 등 반제품을 생산하는 제강과 연주 공장도 모두 복구돼 선강부문은 정상화됐기는 하지만 후공정인 압연라인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압연라인 재가동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후판 등 철강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 것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복구 작업. /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복구 작업. / 포스코
현대제철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피해를 상쇄해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노조의 파업으로 오히려 생산 차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4개 지회(충남‧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지회)는 올해 임단협을 이유로 지난달 24일부터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용 특수강, 선박용 후판 생산 라인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임단협에 사측은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대제철 노사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동국제강의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후판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현재 주문 들어온 물량을 소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후판 증산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판 가격이 선박 건조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그 부담이 덜어진다면 흑자 전환에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