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각종 언론에서 커피와 건강에 관한 기사를 자주 다루고 있다. 대부분 커피의 어떤 성분이 건강이나 특정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 커피와 관련된 건강 관련 자료를 찾던 중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식음료 습관과 영양성분 섭취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 영양기능연구과는 2020년 "영양성분 노출평가 및 위해평가 플랫폼 개선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식습관에 노출된 음식과 음료 등의 영양성분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위해기준 도달 여부를 파악하여 식습관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류 섭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요 가공식품군중 음료류(11.9 g/day, 32.7%), 과자류, 빵류 및 떡류(5.8 g/day, 15.9%), 당류(3.8 g/day, 10.5%)와 같은 음식물을 통하여 주로 당류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당이 분해될 때 생기므로 당류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나 과다섭취할 때에는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므로 세계보건기구 (WHO)는 당류 섭취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을 2,000 Kcal이라고 할 때 200Kcal를 넘지 않게 당류를 섭취하라는 것이다.

당류 중 섵탕은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형태인 이당류이다. 단당류는 사람이 먹었을 때,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시 몸에 흡수되어 힘과 열을 낼 수 있는 당류이다. 설탕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 중의 하나이지만 대표적으로 비만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적정량을 넘어 섭취하면 혈당조절도 어렵게 된다. 정제된 설탕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무기질이 필요한데 주로 뼈나 치아에 있는 무기질이 정제설탕의 소화에 이용되어 설탕 과다섭취시 골다공증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연령별에 따른 음료류별 당류 섭취량 / 국민건강영양조사(2018)
연령별에 따른 음료류별 당류 섭취량 / 국민건강영양조사(2018)
위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공식품군 중 음료류 취식을 통하여 가장 많이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연령별에 따른 음료류별 당류 섭취량을 살펴보면 각 연령별로 당류를 섭취하는 음료류의 종류가 다르다. 특히, 50세 이상 연령대의 경우 가장 많이 당류를 섭취하는 음료류가 커피로 밝혀져 놀랍다.

즉, 5세 이하의 경우 주로 과일·채소류음료 취식을 통하여 당류를 섭취하고 있는 반면, 6세 이상부터 49세 이하까지의 연령대에서는 대부분 탄산음료류를 통하여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당류 섭취 연령대는 19~29세와 12~18세의 연령대인데 두 연령대 모두 탄산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가 압도적이다. 반면 50~64세의 연령대와 65세 이상의 연령대의 당류 섭취는 주로 커피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50-64세 사이의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커피를 통한 당류 섭취는 12~18세 연령대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는 12~18세 연령대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블랙커피 및 믹스커피 섭취자 비율 / 국민건강영양조사(2018)
블랙커피 및 믹스커피 섭취자 비율 / 국민건강영양조사(2018)
50~64세의 연령대와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주로 커피를 통하여 당류 섭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블랙커피 보다는 주로 믹스커피를 즐기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즉, 19~29세 연령대와 30~49세 연령대에서는 블랙커피 및 믹스커피 섭취자 비율이 각각 26.7%대 15.2%와 36.3%대 35.8%으로 나타났으나 50~64세 연령대의 경우 18.7%대 41.7%로 믹스커피를 섭취하는 비율이 2배 정도로 더 높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도 블랙커피 8%, 믹스커피 43.2%로 믹스커피 섭취자 비율이 5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다. 잘 알다시피 믹스커피에는 인스턴트 커피 가루에 설탕과 프림이 일정 비율로 혼합되어 있어 커피 음용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당류가 섭취되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커피보다 믹스커피를 훨씬 많이 섭취하는 50~64세의 연령대와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음료류 중 커피를 통한 당류섭취가 압도적인 이유가 쉽게 설명된다.

아마도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커피머신으로 추출된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음료가 본격적으로 시판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 커피를 음용하기 시작한 세대인 19~29세 연령대는 당연히 믹스커피 보다 블랙커피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다방커피나 믹스커피에 익숙해져 있던 50~64세의 연령대와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블랙커피 보다는 믹스커피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30~49세 연령층은 믹스커피와 블랙커피 모두를 맛본 세대이므로 자신의 기호도에 따라 커피를 선택하여 섭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연령대에 따른 커피 선호도는 해당 연령대가 어떤 커피에 더 많이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음료류 중 탄산음료류나 커피와 같은 특정 음료류만을 통하여 대부분의 당류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상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식품영양학과 소속의 배윤정 교수와 김미현도 2009년 대한영양사협회 학술지에 "여대생의 커피 섭취량에 따른 영양섭취 및 식사의 질 평가"에 대한 논문을 게재하였다. 여대생을 커피비섭취군, 경도섭취군 및 중등도섭취군으로 나누어 1일 열량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각각 1800.8 kcal, 1724.9 kcal, 1729.7 kcal로 세 군 간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으나 커피비섭취군이 섭취군에 비하여 약간 섭취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Leptin의 농도(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여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말한다. 그 농도의 수치가 낮으면 배고픔을 느껴 비만을 야기시킨다)는 커피섭취군이 비섭취군에 비해 그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적은 양이라도 커피를 마시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커피섭취군의 1일 식품섭취량이 비섭취군에 비하여 적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커피섭취군은 비섭취군에 비해 식이섬유소, 비타민 A와 B6, 엽산 등의 섭취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채소류의 섭취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하면 커피를 섭취하면 포만감으로 인해 다른 음식을 더 섭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줄여주어 다이어트에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나 다른 필수 영양성분 섭취도 함께 줄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영양섭취 면에서는 커피를 마실 때 커피 외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음식을 함께 취식하여 영양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을 하여야 한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지만,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음료류 중 커피를 통해 당류를 가장 많이 섭취했다고 한다. 특히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각종 성인병에 보다 조심하여야 하므로 균형있는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따라서 커피를 즐길 때에도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커피를 선택하여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믹스커피보다는 블랙커피를 섭취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오일이 함유되어 있는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보다 종이필터로 오일을 걸러주는 드립음료로 마시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균형있는 영영섭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커피 외에도 다른 필수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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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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