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글로벌 TV 수요가 줄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2년간 공급망 문제로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근 외부 행사에 참석한 국내 전자·반도체 업계 CEO가 업황 우려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5일 TV 시장과 반도체 시장이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진단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개발과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부회장(왼쪽)이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 KES 2022에 참석한 모습 / 이유정 기자
한종희 부회장(왼쪽)이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 KES 2022에 참석한 모습 / 이유정 기자
한종희 부회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전자전시회 KES 2022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현재 우리 산업계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주요국 통화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 휴대폰, TV 등 주요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전자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전통적 제조기술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 전자·IT산업이 계속해서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생존전략으로 삼아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가전·TV사업부문은 수요 둔화로 재고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52조922억원 규모의 재고자산을 기록했다. 2021년 상반기 33조5924억원보다 55.1% 늘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 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2022)’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곽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나빠져서 이에 따른 우려들이 많은데 내년 하반기쯤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시황과 재고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넘기 위한 기술 과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까지 협력은 동반성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국가 간 경쟁 심화에 따라 지속가능한 협력이 될 것이다"라며 "소재·부품·장비(소재·부품·장비)와 칩메이커가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IT 업계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본격화 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하락 국면을 맞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요의 현저한 감소로 공급망 재고 압력이 더 커졌다"며 "4분기 D램 가격이 13∼18% 떨어질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은 10∼15%다.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또 2023년 D램 및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