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미래차 전환이라는 과제에 마주한 가운데 과거 출시를 포기했던 ‘주행연장형전기차(이하 EREV)’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차 내부에서 EREV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EREV는 전기차와 동일한 구동방식을 갖추고 있지만 내연기관을 활용해 주행거리를 늘린 자동차를 일컫는다. 세부적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만 차량을 구동하되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ENVEX 2015 쌍용차 부스에 전시된 티볼리 EVR. / 쌍용자동차
ENVEX 2015 쌍용차 부스에 전시된 티볼리 EVR. / 쌍용자동차
앞서 쌍용차는 2011년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 사업단이 추진한 국책과제에서 소형 고효율 온보드제너레이터를 탑재한 주행거리 확장 EREV 개발을 수행한 바 있다. ENVEX 2012서 공개한 코란도C EV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콘셉트카 ‘티볼리 EVR’을 공개하기도 했고 400㎞ 주행이 가능한 ‘티볼리 EREV’ 양산을 추진하기도 했다.

양산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적자, 모기업의 부족한 지원 등으로 인해 EREV의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친환경 엔진 라인업 없이 곧바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현재 쌍용차 내부에서 EREV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쌍용차 입장에서는 당장 성과가 필요한데 전기차를 통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현재 쌍용차 협력업체 중에 전기차 모터 등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현재 연구소에서 쌍용차 미래 모델들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EREV나 하이브리드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쌍용차 내부에서 전기차 개발 방향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서는 EREV가 맞다는 목소리와 순수전기차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어느정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항간에는 쌍용차 전기차 전환에 1조원 이상 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 쌍용자동차
이어 "국내 배터리 3사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전기차 모터의 경우 현재 쌍용차 협력업체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로부터 공급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EREV로 시간을 번다고 하지만 언제가는 내연기관은 퇴출될 것이다"며 "또 EREV와 비슷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EREV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측은 EREV 도입에 대해 선을 그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품 쪽에서 확정이 돼야 연구개발 쪽에서 검토가 되는 것이다"며 "상품 쪽에서는 EREV도입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 EREV 도입 및 하이브리드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나 여력이 부족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판단해 순수 전기차 쪽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