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내년 ‘소비기한 표기제’ 시행을 앞두고 유통기한을 없애고 있다.

유통기한은 상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들에게 유통 및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을 말한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F&B와 SPC삼립 등의 업체들이 이달부터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기했거나 표기를 준비 중이다.

동원F&B는 이달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6종에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SPC삼립은 이번 시즌 출시하는 ‘삼립호빵’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할 예정이다.

동원F&B가 10월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제품에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 황혜빈 기자
동원F&B가 10월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제품에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 황혜빈 기자
소비기한이 적용되면 미개봉, 냉장·냉동보관을 전제로 우유의 경우 기존 유통기한이 지나도 최대 50일, 식빵류의 경우 최대 20일까지 늘어난다. 유통 및 소비기한은 제조업자가 제품의 특성과 유통과정을 고려해 관능검사, 미생물, 이화학, 물리적 지표 측정 등 과학적인 설정 실험을 통해 제품 유통 중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간으로 설정한다.

동원F&B 관계자는 "우유류만 제외하고 내년부터 소비기한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식약처가 8월부터 자율적으로 소비기한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달부터 리뉴얼된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제품에만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SPC삼립 관계자는 "이번 시즌에 출시하는 호빵 제품의 소비기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도록 하는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식품업체들은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1년의 계도기간이 주어짐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으로 변경 표기해야 한다. 우유류의 경우 냉장 유통 환경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에 2031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다만, 소비기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특히 변질 이슈가 많은 유제품류는 소비기한을 표기하더라도 유통기한과 함께 표기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소비자는 "유제품은 상하는 경우가 많아 유통기한만 지나도 먹기 꺼려지는데, 소비기한이 도입돼도 불안해서 빨리 섭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 또한 "소비기한만 표기되면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셈인데 안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시선 또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소비기한 도입 후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면 업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의 부담이 크다. 특히 유제품과 같은 변질 이슈에 민감한 제품에는 그런 시각이 많다"고 밝혔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