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세계 최초로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개최한다. 디지털 영상 광고제 ‘유튜브 웍스 어워즈 코리아’에 출품된 한국의 멋진 작품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앞서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논란이 일었을 당시 한국 경제에 기여한 점을 방어막으로 내세운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 역시 크리에이터를 앞세워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핑계를 이유로 망 이용료 논쟁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왼쪽)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왼쪽)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구글코리아는 11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영상 광고제 ‘유튜브 웍스 어워즈 코리아(Youtube Works Awards Korea)’와 미디어 아트 전시회 ‘더 익스히비션(The Exhibition)’을 소개했다.

유튜브 웍스 어워즈는 구글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칸타’가 협업해 개최하는 광고제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20여개 국가에서 개별 진행된다.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 최초로 2019년부터 진행돼 왔다. 심사 대상은 지난해 유튜브 광고 중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효과적인 작품’이다. 유튜브 웍스 어워즈 코리아는 다른 나라와 달리 ‘베스트 유튜브 브랜드 팬덤’ 카테고리도 신설해 시상한다.

올해 유튜브 웍스 어워즈 코리아 본선에는 8개 카테고리에서 우아한형제들 ‘2022 배민리뷰챔피언십’, 네오플 ‘우리는 100의 민족, 던전앤파이터 만렙확장’, 카카오TV 오리지널 ‘플레이유’ 등 33개의 작품이 진출했다.

유튜브 미디어 아트 전시회 ‘더 익스히비션’ 전경. / 변인호 기자
유튜브 미디어 아트 전시회 ‘더 익스히비션’ 전경. / 변인호 기자
구글은 유튜브 웍스 어워즈와 함께 유튜브 미디어 아트 전시회 ‘더 익스히비션’도 개최한다. 관람객은 미디어 아트를 통해 역대 국내외 유튜브 웍스 어워드 수상작을 볼 수 있다. 구글이 개최국 중 출품작 전시를 위해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한국이 최초다. 더 익스히비션은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더 익스히비션은 ‘무한한 크리에이티브 캔버스’로서의 유튜브를 강조하는 전시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워낙 좋은 작품이 많아 우리나라 분들이 같이 보고 축하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 상황도 나아져 야심차게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 전시를 하게 됐다"고 전시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광고계가 전 세계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다"며 "좋은 작품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글의 행적에 의구심을 표한다. 그 동안 구글이 우리 정부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행사를 열고 구글이 한국에 기여한 점 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구글은 구글 갑질 방지법(인앱결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 후 구글 포 코리아 행사를 통해 구글이 한국 경제에 기여했던 사항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구글 갑질을 견제하고 나서자 구글은 같은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쳐 빈축을 샀다.

이번 행사 역시 망 사용료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망 사용료 법은 유튜브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에 이용대가 지급 거부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사용료 논쟁을 두고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한 창작 커뮤니티는 몇 년 동안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튜브는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운동을 벌리면서 투표를 독려하면서 유튜브 이용자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사장은 망 사용료 법 통과 여부에 따라 행사를 축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아끼며 "망 사용료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주제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생태계와 소비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